사전준비 없이 경쟁적 가세..오픈일정 등 연기 고객 불만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일부 증권사들의 차세대시스템 개발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지난해 자본시장법 도입시기에 맞춰 야심차게 추진한 사업이지만 각종 이유로 당초 계획된 일정이 미뤄지며 경쟁력 제고와 고객 서비스 확대라는 개발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는 셈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철저한 실사와 사전 준비없이 경쟁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던 당연한 결과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 2008년 12월 기존 코스콤 ASP서비스와는 별도로 자체적인 차세대 시스템을 올해 8월 오픈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주사업자인 티맥스소프트가 경영난맥에 빠지며 오픈 시기를 두차례나 미뤘다. 이달 중으로 시스템을 오픈한다는 계획이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전망이다.시스템이 오픈 된다 해도 정상가동이 이뤄질지 여부도 우려를 낳고 있다.
NH투자증권의 차세대 시스템 개발사업은 투자 규모만 270억원에 달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주사업자를 확정하는 첫 단추 부터 내홍이 심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3월만해도 계열사인 NH정보시스템을 주사업자로 정하고 티맥스소프트를 패키지 공급 사업자로 지정했지만 개발경험 부족에 따른 인력의 비효율성, 패키지 개발과 관련한 이견 등을 이유로 4개월여만에 결별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사업초기 주사업자였던 NH정보시스템과 마찰이 있었던데다 시스템 개발과 NH정보시스템이 시스템 개발과 관련한 경험이 전혀 없어 주사업자에서 제외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부침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티맥스는 NH정보시스템이 주사업자에서 제외되면서 자연스럽게 개발과 관련한 실질적인 업무를 총괄하게 됐지만 지난 6월말 부도위기에 내몰렸다. 이에 따라 파견의 형태로 개발을 담당했던 티맥스소프트 직원들의 소속이 불분명해지고 퇴사가 줄을 이으며 시스템 개발계획에 심각한 차질을 빚었다.
NH투자증권은 "현재 개발을 담당했던 기존 티맥스 직원들을 계약직의 형태로 흡수해 차세대시스템을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마무리 단계에 진입해 있어 사업자를 변경하는 것보다 기존 인력을 유연한 형태로 흡수하는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SI업계 등에 따르면 대우정보가 최종 작업에 참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그레이드 한 시스템을 제공하겠다는 고객과의 약속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시스템 개발과정에서 나타난 여러가지 문제속에 제대로된 시스템을 완성할 수 있겠냐는 우려다. 개발자가 수시로 바뀌로 시한에 쫓겨 개발이 이러지다 보면 시스템 운영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시스템에 비해 안정적이고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위해 추진하는 차세대 시스템 개발 사업이 개발과정의 내홍으로 되려 불안한 이미지를 갖게 됐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NH투자증권 뿐 아니라 차세대 시스템 오픈시기를 미루고 있는 중소형증권사들 모두 주지해야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NH투자증권 외에도 동양종금증권 역시 지난 6월 핵심시스템 개발 작업을 모두 완료하고 테스트 작업에 본격돌입했으나 아직 오픈 일정을 확정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종금증권은 통상적으로 연말로 갈수록 거래량이 늘기때문에 시기를 확정하기가 쉽지 않다며 특별한 연휴가 없다는 점을 감안해 주말에 시스템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동양종금증권 관계자는 "내년 1월께 시스템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동부증권 한화증권 IBK투자증권 메리츠증권 교보증권 등 중소형증권사들도 자체 차세대 시스템 개발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유관기관인 한국예탁결제원도 내년 2월을 목표로 차세대 시스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증권사 차세대시스템= 자본시장 고도화에 따라 개별 증권사의 신속·정확한 시스템 필요성 대두. 코스콤에 위탁했던 각종 증권관련 정보를 이관해 통합 관리하는 개념도 포함. 크게 기존 시스템의 업그레이드(upgrade)및 전반적 시스템 교체로 사업진행.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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