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현혹하는 자동차 할부 제도, 꼼꼼히 따져보자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최근 자동차 구입을 고민하던 직장인 K씨는 A 자동차회사가 '월 14만5000원에 중형차를 준다'는 광고를 보고 눈이 번쩍 띄였다. 곧 아는 사람을 통해 영업 사원을 소개받아 만났다.
그런데 영업 사원이 하는 소리는 '월 14만5000원'과는 영 달랐다. "이자 엄청 낼 생각이라면 그 조건에 할부로 사라. 하지만 이자를 아끼려면 아예 생각도 말아라"는 얘기를 들은 것이다.
영업 사원의 말을 자세히 들어보니 A 자동차 회사의 '월 14만5000원' 조건의 '인도금 유예 할부 제도'는 그야말로 '이자 폭탄'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예컨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2500만원 대 A자동차 회사의 중형차를 산다고 가정하면 3년간의 유예기간 동안 내야하는 이자만 360여만원에 달한다.
이는 A자동차가 실시하고 있는 정상적인 할부제도(3년ㆍ이율 3.9%)를 이용해 차를 살 경우 계약금+인도금으로 약 400만원을 내고 나머지를 할부했을 때 내야하는 총 이자 약 120만원에 비해 3배에 달하는 액수다.
결국 총 납입액이 2900만원대로 현금 주고 살 때보다 400만원은 더 내야 한다.
게다가 인도금유예할부인 만큼 3년 후 온전한 내 차로 만들기 위해선 잔금을 한꺼번에 내던가 다시 이자 등 기타 비용을 물고 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한다. '눈가리고 아웅'인 셈이다.
종종 자동차회사들이 실시하고 있는 '파격적' 조건의 중고차 유예 할부도 꼼꼼히 뜯어 보면 비슷하다.
몇년 전 한 자동차회사가 실시한 중고차 유예 할부로 자동차를 산 경험이 있는 J씨는 1년 정도 할부금을 납부하다가 정상할부에 비해 이자가 너무 많이 든다는 생각에 목돈이 마련된 김에 한꺼번에 갚아 버렸다.
중고차 가격 보장이니 뭐니 어려운 말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월 20만원만 내면 된다"는 간단한 말에 혹해 차를 샀는데, 알고 보니 내야하는 이자가 정상 할부에 비해 300만원이나 더 많았다.
J씨는 "월 20만원이면 된다는 '사탕발림'에 넘어가 차를 샀던 것 같다"며 "중고차 유예에 따른 금융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다 전가하면서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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