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의 문화유산 20점이 G20정상들을 맞이한다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11일 밤 6시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최광식). 이곳의 자랑인 '미륵보살반가사유상'(국보 83호)이 G20 정상회의 환영 만찬이 열리는 중앙박물관 중앙홀에 입장하는 간 나오토 일본 총리를 맞이한다.
고개 숙인 얼굴의 뺨에 오른쪽 손가락을 살짝 대어 깊은 명상에 잠겨있는 '반가사유상'은 일본의 국보로 잘 알려진 교토의 '목조반가사유상'과 흡사 쌍둥이처럼 닮아서 고대 한국 문화의 일본 전파를 입증하는 결정적인 유물로 손꼽힌다.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한국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문화재 약 25만점이 소장되어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1만2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20점의 명품이 한국인의 혼과 정신, 역사를 알리기 위해 20명의 정상들을 기다리고 있다.
핑퐁 외교로 유명한 미국의 닉슨 前 대통령이 1972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 환영 만찬장에 앉은 그를 주눅 들게 한 것은 마오쩌둥 주석이 아니라 중국의 만한적석을 담은 명ㆍ청 시대의 500년이 넘은 도자기 그릇이었다.
G20 환영 만찬장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결정된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중앙박물관은 예술의 나라 프랑스의 니콜라스 사르코지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해 특별히 '백제금동대향로(국보 287호)'를 국립부여박물관에서 빌려왔다. 5년 만에 외출하는 백제 예술의 걸작은 역동적인 용과 연꽃 봉우리, 아름다운 산수가 조각된 세계적인 걸작으로 멋진 자태를 보여준다는 각오다.
닉슨에게 도자기를 선보였던 중국을 맞이하는 유물은 무엇일까? 크기만으로도 다른 그림들을 압도하는 '강산무진도'가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을 맞이한다. 조선을 대표하는 산수화가 이인문의 작품인 강산무진도는 대륙의 스케일에 필적하는 대작(43.8 x 856cm)으로, 산과 물이 만나 끝없는 장관을 이루는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중국과 함께 G2를 이루지만 역사가 짧은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환영할 유물은 기원전 8천년 경 한반도에 처음 출현한 '빗살무늬토기'다.
경주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신라시대 '금관과 황금유물'도 맞상대를 고르는 중이다. 아무래도 여왕의 나라인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선덕여왕을 낳은 신라의 금관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게 될 것으로 보인다.
G20 손님맞이를 위해 특별전시관을 준비 중인 윤성용 학예사는 "한국의 대표적인 고고학자와 역사학자 그리고 박물관 학예연구실 연구원들이 6개월 전부터 귀빈을 맞이 할 대표작 20점을 골라왔다"며 "선발 기준은 한국 문화의 독창성과 대표성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국보 12점과 보물 4점이 참여하는 이번 손님맞이에는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고려의 '금속활자'(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해 '물가풍경 무늬 정병'(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청자 연꽃 넝쿨무늬 매병'(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백자끈무늬 병'(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백자 매화대나무무늬 항아리(헤르만 반롬푀이 EU 상임의장)이 참여한다.
또 '간돌검'(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 기마인물형 토기(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 기마인물도 벽화(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 송도기행첩(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 단원풍속도첩(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 '동국대지도'(압둘라 아지즈 사우디 국왕)가 특별히 창여한다.
감은사 터 동탑 사리갖춤(만모한 싱 인도 총리), 감산사 미륵보살과 아미타불(수실로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 경천사 10층 석탑(압둘라 귈 터키 대통령)도 손님맞이 준비가 한창이다.
환영 만찬이 끝나면 명품 20점은 자기 자리로 돌아갈 계획이다. 하지만 박물관측은 이번 행사의 의미를 오래도록 간직하기 위해 세계 각국 정상들을 맞이한 스무 점의 유물들을 관람객들이 일일이 알아볼 수 있도록 전시장 유물 해설 표지에 'G20 손님맞이 문화재'라는 이름을 하사한다는 방침이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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