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LG·크라운제과 등 13건.. 시장 상승 분위기에 흔들림 적어
[아시아경제 이솔 기자]9월 이후 코스피 지수가 연일 상승세를 보이자 상장사들이 잇따라 자사주 처분에 나서고 있다. 시장 분위기가 살아나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자사주를 팔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사주 처분 소식에도 주가는 크게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 기업들의 9월 중 '자기주식 처분 결정' 공시 건수는 13건에 달해 8월의 4건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올 들어 월별 자사주 처분 결정 공시 건수는 2월(15건)을 제외하고 모두 4~10건에 머물러왔다.
개별 기업별로는 LG, 크라운제과, 한라건설, 에스엘, 현대제철 등이 자사주 처분을 결정했다. 이들 회사가 공식적으로 밝힌 자사주 처분 목적은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자기주식 처분, 유통 주식 물량 확대를 통한 거래 활성화, 종업원 주식교부, 재무구조 개선 등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잇따라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일부를 팔겠다고 결정한데는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영향을 줬다. 9월 초 1700선 중반에서 시작한 코스피 지수가 최근 1880선 안팎까지 올라오며 7% 이상 급등, 자사주 처분 시기를 저울질하던 기업들에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 것.
실제로 자사주 처분 결정 공시 직후 주가가 악영향을 받은 사례도 나타나지 않았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사주를 팔겠다고 밝힌 한라건설은 공시 직후 14.39%나 급등했고 세아제강 에스엘 크라운제과 등도 9월을 무난히 마감했다.
최근 자사주 처분을 결정한 한 상장사 IR 담당자는 "자사주 매각을 우려하는 투자자 및 애널리스트도 많았지만 다행히 주가가 큰 흔들림 없이 움직이고 있다"며 "회사는 추가 상승에 자신감이 있었기에 자사주 처분을 결정했고 지금 추이로 볼 때 상승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증시 전문가들은 최대주주나 임원 개인의 지분 매각과 회사의 자사주 매각은 다른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내놨다.
정종선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업의 자사주 매각은 최대주주 개인이 주식을 처분하는 것과는 다른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며 "보통 기업들은 자사주로 큰 수익을 얻으려고 하지는 않기 때문에 주가가 회사 매입가격보다 낮지만 않다면 장기 투자를 원하는 기관투자자들에게 주식을 나눠주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최근 주식시장의 상승을 전망하는 기관들이 증가하면서 자사주 매각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투자자들은 기업들이 자사주를 판다는 사실 자체를 '주가 고점'이라고 판단하고 투자를 결정하기 보다는 회사의 실적이나 펀더멘털을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솔 기자 pinetree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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