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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우울증과 풍자의 미학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9초

고독과 경제적 상실감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한 재벌가의 손자가 마감한 생을 통해 새삼 알게 됩니다. 없는 사람에게 ‘미소금융’도 필요하지만, 있는 사람에게는 ‘미소확산운동’이 더 시급하다는 사실.


주부와 학생, 어른·아이들 구분 없이 충동성으로 인해 몸을 던지는 행위가 요즘처럼 빈번하게 일어난다면, 조만간 고층아파트 동마다 1층 바닥에 투신에 대비한 에어매트 바닥재를 시공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올 지도 모릅니다.

성공한 많은 중소기업 사장들도 한 때는 남몰래 회계장부를 펴들고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었다고 토로할 만큼, ‘우울증’이란 치명적인 병력은 참으로 우리 사회구조 자체에 만연해 있다는 사실.


하루 평균 32명이 자의로 삶을 정리하는, 겉으로는 역동적이면서도 속으로 곪은 나라. 차량배기가스나 LPG가스, 번개탄 등도 마다않고 흡입하는 독한 인내심과, 달리는 열차에 몸을 베팅할 정도의 패기를 왜 마지막 순간에야 발휘해야 하는지 안타깝습니다.

아무리 막아도 그들의 창의적인 자살방식에는 도리가 없이 뚫리고 있습니다. 서울의 한강 다리 위엔 함부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오일도 바르고 철조망을 친지 오래 되었고, 지하철 승강대마다 칸막이가 다 설치되고 나면 결국 손쉽게 애용(?)할 자살 장소로 아파트 옥상과 베란다만 남게 되겠죠.


새벽녘 고층아파트 베란다에 서서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생의 최후를 생각하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 이가 과연 저승사자밖에 없다면… 시멘트바닥에 부딪치는 둔탁한 파열음을 듣고 목격한 이웃들이 받은 충격과 상처가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치유되어야 하는 현실.


장기적인 부동산 침체기에 직면한 경쟁사회의 어두운 단면들이 그런 식으로 해결 되고 확산되는 현상에 대해 이제 진지한 사회적 고민이 절실히 필요할 때입니다. 위기 앞에서 재기의 의지보다 파산을 먼저 생각하는, 경외심이 상실된 삶의 자세 대해 누군가가 경종을 울릴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연간 1만3000명 선이었던 교통사고 사망자를 반으로 줄이기 위해 경찰청이 수년간 헌신적으로 노력을 해왔듯이, 자살예방을 위해서 잠재적인 우울증 환자들에게 뭔가 공적으로 극적인 처방전이 있어야 합니다.


영향력이 큰 공중파 TV의 개그프로그램에 예전보다 제약이 많다고들 불평합니다. 시청료 인상이나 광고비에 신경을 쓰는 비중 이상으로, 좀 더 사회·정치적 풍자 코미디에 대한 경계를 허물어서 유연하게 숨통을 틔워주는 것도 길게 보아서 국민적인 우울증 감염확산에 간접도움이 됩니다.


심리학자들은,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제일 먼저 도움을 받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 된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즉 우울증이 자기 몸에 자리잡는 초기에 심리적으로 갈등할 게 아니라, 몸을 던져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면 그 과정에서 저절로 우울증이 해소된다고 충고합니다.


우울증을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은, “나만의 문제, 나의 외로움, 나의 고민, 나의 번민 등 나로부터 나오는 모든 에너지를 나 아닌 남에게 쏟아라.”


또한 버지니아 주립대학에서 심리학 교수가 했던 실험결과를 인용해 볼까요.
약 45도 경사가 진 100여개 계단을 올라가게 한 다음, 올라 온 사람에게 ‘지금까지 몇 계단을 올라 온 것 같으냐?’고 질문한 결과.


혼자 걸어올라 온 사람은 ‘200개 정도 계단에 경사가 약 60도 정도 된다’고 과잉 반응한 반면, 친구와 같이 걸어올라 온 사람은 ‘70개 정도 계단에 경사가 30도 정도 된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우리 속담이 멀리서 과학적으로 입증된 셈이죠.


그런데 이 실험결과가 혹시라도 집단자살을 시도하려는 자들에게 동반자살의 근거로 활용될지도 모르겠군요.


김대우 시사평론가 pdik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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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우 시사평론가 pdik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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