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대기업 상생 발언 이후 정부의 전방위적인 대기업 압박이 확산되면서 흡사 ‘마녀사냥’을 방불케 하고 있다.
경제 양극화 구조의 본질적인 원인을 규명하기보다 실적 좋고 현금 많은 대기업을 부추겨 문제를 해결한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식경제부로부터 철강가격 인하를 강제 받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수 시간 만에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재계는 이를 웃고 넘길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우려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5월 가격 인상을 앞두고 지경부로부터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받은 바 있으며 이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조사를 받기도 했다. 공정위 조사는 포스코를 시작으로 철강업계 전반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적어도 철강업계 차원에서는 이미 정부로부터 통제에 버금가는 압박을 받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실적 발표 이후 통상 각 대기업들은 지경부를 찾아 실적에 대해 설명한다”면서 “기업에서 브리핑을 하면 공무원들이 질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가격을 인하하라는 압박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지경부 관계자도 “일부 언론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대기업들의 실적발표 이후 통상적으로 실적 배경을 전해 듣는 자리가 있었던 것이 와전된 것”이라며 “민간기업 가격에 정부가 왈가왈부할 수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평상시에는 협조 요청으로 받아들이겠지만 이 대통령의 발언 후 바짝 몸을 엎드린 재계가 이번 포스코 해프닝을 접했다. 현 상황에서는 정부의 이러한 요청도 압력으로 받아들여 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대기업 ‘조련’이 본격화 되는 것이라는 해석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가 마녀사냥식 접근으로 대통령 ‘입맛 맞추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사실 포스코는 이 대통령 집권후 정부가 추진하는 친환경 녹색성장과 대·중소기업 상생, 고용 창출, 투자 등 모든 면에서 어느 대기업보다 앞서 실천하며 국민기업으로서의 의무를 충실히 해왔다. 이러한 포스코조차 정부의 견제가 심화되고 있으니 지경부 공무원들을 만났거나 만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LG전자 등 주요 대기업들도 더욱 강한 압박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만약 이러한 사실이 현실화 될 경우 재계는 경영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대기업에 인위적인 압박을 가한다는 것은 정부가 사실상 시장에 개입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협력업체 납품가격을 대기업이 분담토록 하고, 투자를 늘려 중소기업에 더 많은 사업기회를 주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다. 또 호실적을 바탕으로 소외계층 보호 등 사회 안전망 유지에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는 점은 대기업도 충분히 알고 있으며 이를 위한 개선책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이 정부의 간섭에 의해 이뤄진다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기업의 1차 목표는 이윤추구지 사회복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카르텔도 아닌 기업 활동에 정부가 인위적인 가격 조정을 행하는 것은 기업 활동을 제한하는 규제에 해당돼 외국인 투자 유치 등 중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도 해를 범할 수밖에 없다.
재계는 중소기업 활성화 문제를 볼 경우 우리나라는 중소기업들의 대기업 거래 비중이 높은 현실을 정부가 제대로 해소해 주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대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해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부가 수많은 정책을 추진했어도 성과는 미비하다. 이런 과오를 정부는 왜 대기업에게 전가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좁은 내수시장 규모와 영업력의 부족으로 대기업과의 거래에만 안주하는 일부 중소기업들도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재계로서는 정부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놓고 제기할 수 없는게 숙명”이라면서 “하지만 이와 같은 식으로 모든 잘못이 대기업이 저지른 것이라는 식의 여론 몰이를 한다면 재계로서도 정부의 입장을 무조건 따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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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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