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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병원들 목매는 'JCI' 도대체 뭐길래?

글로벌 명품병원 검증 vs 수십억 투자가치 의문
의료품질 '업'·경영향상 도움 긍정적
비용만 17억·희소성도 없어 부정적


[아시아경제 강경훈 기자] 2007년 세브란스병원이 국내 최초로 JCI 인증을 받은 후, 대형병원들이 너도나도 JCI 인증에 나서고 있다. 고대안암병원 등 3곳이 추가로 JCI 인증을 받았고,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인 곳도 여러 곳이다. 의료기관의 질적 향상은 물론, 해외환자 유치를 위해 JCI 인증이 꼭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불필요한 곳에 정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다.

◆JCI가 도대체 뭐길래?


JCI는 미국 비영리의료기관 인증단체인 JC(Joint Commission)가 만든 국제 의료기관 인증시스템이다. 7월 현재 38개국 273개 의료기관이 인증을 받았다. 국내에는 세브란스병원을 시작으로 고대안암병원, 화순전남대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등 4곳이 있다.

JCI 인증을 받은 병원들은 저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환자 안전을 검증 받았다'며 인증 사실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JCI가 의료기관의 면면 중 '환자 안전'을 중점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JCI 인증 병원의 한 의료진은 "수술실 환자의 이름이나 환자번호가 맞는지, 수술할 부위가 기록과 일치하는지 기준에 맞게 몇 번이고 확인해야 하며, 수술에 대해서도 더 자세히 설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JCI 인증 후 환자관리법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전했다.


심사도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3년여에 걸쳐 환자 권리, 감염 관리, 약제 관리, 시설 안전, 인사 관리 등에 대한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면서 지속적으로 평가를 받게 된다. 환자가 병원 문턱을 넘는 순간부터 문 밖으로 나가는 순간까지 환자 입장에서 전 과정을 체크하기도 한다.


◆'안전이 최우선'…의료 패러다임 업그레이드


의사뿐 아니라 병원 직원 모두가 JCI 심사 항목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병실 청소를 담당하는 한 직원은 "모든 업무가 규칙에 따라 정해져 있어, 청소하는 데 조금 귀찮아 진 점도 있지만 더 안전해진 것은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안전하다'는 것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인 만큼, 병원의 해외진출에 도움이 되는 것도 장점이다. 실제 세브란스병원은 JCI 인증 후 미국계 보험회사와 협약을 맺었다. 이는 해당 보험사가 자신의 회원 환자를 보내주겠다는 의미다.


최근 JCI 실사를 받은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JCI 인증을 받으면 의료안전에 대한 기준을 통과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해외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역시 인증이 결정되기 전부터 외국계 보험회사로부터 문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의 질 향상과 경영적 이로움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만큼, JCI 인증 병원은 계속 늘어날 추세다. 이미 인하대병원이 인증을 코앞에 두고 있고, 양산부산대병원과 동아대병원, 국립중앙의료원 등이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원간 경쟁에 JC 배불리기만…


JCI 인증을 위해서는 병원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수억 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대학병원은 인증 기준에 필요한 시설 투자에 14억 원, 모의평가나 컨설팅 등 심사 과정에 3억 원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용이 만만치 않다보니 '그만한 가치가 있나'는 회의적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JCI 인증엔 우리나라 의료현실에 맞지 않는 기준이 많다"며 "더욱이 국가 의료기관으로서 국부를 유출한다는 내부 문제제기도 있었고 의료기관간 경쟁을 가속화 시킬 수 있다는 취지 등에서 인증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당장 인증을 추진할 계획도 세우고 있지 있다.


너도 나도 인증을 받다보니 병원 입장에선 '희소성'도 사라졌다. 2007년 세브란스병원이 첫 인증을 받을 때만 해도 '인증을 못 받으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위기감이 팽배했지만, 지금은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한 안과전문병원 관계자는 "해외환자 유치와 더불어 필요한 측면이 있는 건 맞지만, 여러 요건을 고려한 결과 굳이 JCI 인증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의 경우, JCI 인증을 받은 병원이 한 곳도 없다는 것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굳이 JCI가 아니더라도 각 나라마다 나름의 병원인증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꼭 JCI여야 하나


국내에도 정부 차원의 의료기관 평가제도가 있지만,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병원들이 JCI에 목을 매는 이유 중 하나다.


국내 병원평가는 병상수, 보유 장비 같은 눈에 보이는 항목에 치중하거나 환자 만족도 같은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JCI는 1200여 항목을 심사해 비교가 되지 않는다.


다만 우리나라도 제대로 된 의료기관 인증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 중이어서 기대해 볼 만하다. 지난달 의료기관 인증제 도입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환자의 권리와 안전, 의료 서비스 질 및 성과 등 나름대로의 기준을 갖고 병원을 평가, 우리만의 독자적 의료기관인증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JCI(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란?


미국 의료기관 평가전문 비영리 단체인 JC(Joint Commission)가 각국의 법, 문화, 특수성을 바탕으로 환자의 안전과 의료의 질을 평가하기 위해 1994년에 만든 국제 인증제도. JCI 인증을 받으려면 컨설팅 형태의 기초평가 후 1년여 준비기간을 거쳐 모의평가를 받고, 그 후 문제점을 보완해 6개월 뒤 본평가를 받는다. 3년 후 재평가를 통과해야 인증이 유지된다.


7월 현재 전 세계 38개국 273개 의료기관이 이 인증을 받았다. 최근 3년새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는 JCI에 대한 각 국 의료기관의 높은 관심을 반영한다.


의료관광을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는 싱가포르의 경우, 샴쌍둥이 분리수술로 유명한 래플즈 병원, 영리병원 그룹인 파크웨이 산하 3개 병원 등이 모두 JCI 인증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7년 세브란스병원을 필두로, 고대안암병원, 화순전남대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등이 인증을 받았다. 길병원 가천뇌건강센터도 센터 차원에서 인증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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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인하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양산부산대병원, 동아대병원, 부천세종병원, 부산백병원 등이 막바지 단계거나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강경훈 기자 kw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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