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안 핵심 '검찰시민위' 실효성 의문
모델 삼은 미국대배심 '기소권 완화' 회의론
"시민위, 검찰 견제장치 안 된다"..진정성 지적도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박현준 기자]지난 11일 대검찰청이 내놓은 자체 개혁안의 핵심은 기소나 불기소 처분이 합당한지를 시민이 심의토록 하는 '검찰시민위원회(이하 시민위)' 도입 구상이다. 기소독점권으로 대변되는 검찰의 비대한 권한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실상은 권한축소와 거리가 멀어 여론과 동떨어진 조처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법원과 검찰 등에 따르면, 대검찰청이 도입키로 한 시민위는 사회 각계 추천을 받은 일반 시민 9명이 모여 검사에게서 특정 사건 관련 보고를 받고 기소 및 불기소 처분의 타당성에 관한 의견을 내는 조직이다.
검찰은 미국 대배심을 본보기로 시민위를 꾸릴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미 해당 제도에 관한 회의론이 넓게 퍼진 상황이어서 의문만 커지고 있다. 기소 여부 결정에 직접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검찰이 '대(對)국민 법치교육'을 하는 차원에 머물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표성수 국민대 법학과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미국 대배심은 현지에서도 무용론에 부딪혀 상당수 주에서 폐지 또는 축소되고 있다. ▲구성원의 법률지식과 경험이 부족해 실제로 기소 결정 자체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거의 없어 검사의 고무도장(rubber stamp) 노릇만 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늘려 결정을 지연시키기만 하며 ▲자칫 '검사보호' 기능에 그칠 수 있다는 게 주요 비판이다. "국민 통제를 받겠다"는 검찰 공언에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이 가능한 대목이다.
서울의 한 판사는 "미국 대배심이 검찰 기소권을 축소한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라면서 "시민위를 도입하는 게 기소독점주의를 완화한다고 볼 순 없다"고 했다. 이 판사는 또 "미국에서 대배심에 의해 기소 또는 불기소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는 100건 중 한 건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다"면서 "(시민위 도입은)기소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차원일 뿐 검찰 권한 축소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통 검사가 배심원들에게 프리젠테이션 하는 식으로 심의가 이뤄지는데 대부분 검사 의견을 듣고 이해하는 차원에 머문다"고 덧붙였다.
시민위 평결이 법률상 구속력을 가지려면 헌법 수정이 필요한데, 검찰이 이에 관한 의지를 표하지 않은 점도 지적을 부채질한다. 검사가 시민위에 심의를 요청한 경우에만 사건이 '시민들 몫'으로 돌아가게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의 한 변호사는 "시민위 정도로 검찰권이 약화될 것을 기대하는 건 무리"라고 못밖고 "우리나라에서 기소독점주의의 뿌리를 흔드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수사권 일부를 나눠갖도록 하는 게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견제방안이다. 공수처와 상설특검이 대안일 수 있는데, 이것이 빠진 개혁안은 크게 의미가 없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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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 hjn2529@
박현준 기자 hju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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