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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30주년..분위기 망친 정치권

[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5·18광주민주화운동 30주년 기념식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하루 종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상징적인 추모곡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논란으로 정부측과 유족회를 비롯한 5·18 관련단체가 각각 별도의 기념식을 열었고, 서울에서는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축하화환을 보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18일 광주 북구에 소재한 국립 5·18민주묘지에는 정운찬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정부의 공식행사가 시작됐다. 같은 시각 행사장으로부터 약 300m 떨어진 옛 망월동 묘지에서는 5·18민중항장기념행사위원회가 주관하는 별도의 기념식이 열렸다.

정부가 2004년 5·18민주화운동을 직접 주관하면서 별도의 기념식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논란의 발단은 정부가 행사 공식 식순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수 없게 한 데서 비롯됐다. 이 노래는 1980년부터 노동계와 대학가에서 민중의례를 하면서 부르는 곡으로 매년 5·18 기념식에서 유가족과 광주시민들이 불러왔다. 상징적인 의미가 컸던 만큼 제창할 수 없게 한 정부의 결정에 반발도 컸다. 정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을 대신해 읽은 기념사 도중에 일부 유가족들은 경찰의 제지를 뚫고 노래를 부르다 행사장 밖으로 끌려나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기념식에서 정 총리가 기념사를 읽은 뒤 퇴장할 때 연주할 배경음악으로 '방아타령'을 준비한 국가보훈처도 이날 분위기를 흐리게 만들었다. 행사 전날 이같은 사실이 언론에 공개돼 엄숙해야 할 기념식 분위기와 맞지 않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자 국가보훈처는 당일 '마른 잎 다시 살아나'로 대체했다.

정부에 이어 여당인 한나라당도 한 몫을 했다. 서울광장에서 열린 기념식에 정 대표가 축하화환을 보낸 것. 이 화환은 흰 국화꽃으로 만든 조화 속에서 유독 눈의 띄었다. 행사장에 참석한 시민들이 인터넷에 사진을 올려 논란이 확산되자 한나라당은 1시간이 지난 뒤 조화로 교체했다. 정양석 대표 비서실장은 서울기념사업회에 공식 사과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실무자의 착오'라는 게 한나라당의 해명이었다.


여권 내부에서도 이날 행사 준비에 대해 정부를 질책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금지 논란에 "저도 1980년대 초부터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시위 현장에서 매일 불렀던 노래"라며 "이 노래가 왜 안되는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분위기를 망친 미숙한 조정 능력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논란의 빌미를 제공한 정부를 비판했다.


민주당도 이날 분위기를 흐리긴 마찬가지였다. 박주선 최고위원과 강운태 광주시장 후보 등 민주당 의원들이 옛 모역에서 진행한 기념식에 뒤늦게 참석해 놓고 비좁은 행사장 앞자리를 고집하는 바람에 행사가 중단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에 일부 시민들의 야유가 쏟아졌고 사회자는 강기갑 민노당 대표 등 미리 참석한 정치인들의 이름은 호명하면서도 '지각 의원'들의 이름을 거명하지 않아 민주당 의원들과 입씨름을 하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한편 광주·전남 표심을 잡기 위해 광주로 내려갔던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도부는 19일 인천을 방문해 안상수 한나라당 후보와 송영길 민주당 후보 지원에 나섰다. 인천시장 선거는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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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중 기자 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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