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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 오금공원 '숲 유치원' 화제

만 1~2세 아이들 제법 달음질해 화제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건강한 실험이 화제다.


송파구(구청장 김영순)는 이달부터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민간 주도가 아닌 관 주도의 숲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다.

숲 유치원은 말 그대로 특별한 교재나 프로그램이 없다. 말하자면, 숲에서의 방목.


벌써부터 아이들의 변화는 시작됐다. 송파 숲 유치원은 자연림과 조성림이 잘 조화된 오금공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 첫 대상은 이제 막 엄마 품을 벗어난 만 1~2세의 아이들이다. 겨우 걸음마를 뗀 아이들이 이제는 제법 달음질까지 하게 됐다. 숲이 준 선물이다. 엄마·아빠와 다닐 때는 유모차가 이동수단이었지만 이제는 건강한 두 발을 땅에 딛고 힘차게 달린다.


“처음엔 아이들이 잘 걷지도 못했어요. 요즘 아이들 사실 걸을 일도 별로 없잖아요. 그러던 아이들이 이제는 제법 달리는 폼까지 제대로 잡혔네요. 너무 신기해요.”


파인8어린이집 박희숙 원장의 설명이다. 3주 전 처음 숲에 나온 아이들은 선생님 곁을 떠나지 못했다.


늘 집 안을 벗어나보지 못했던 아이들에게 숲은 낯설게 다가왔다. 그런데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면서 숲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됐다. 구르고, 뛰며 마음껏 뛰어논다. 나뭇가지, 풀잎 하나, 새로 피어난 꽃 한 송이가 아이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놀이를 개발하고, 자연과 대화를 나누면서 날마다 자라고 있다.


“부러진 나뭇가지 하나를 들고 솔잎이 수북한 땅을 파헤치면서도 아이들의 뇌는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상상력이 펼쳐지는 시간이죠. 또한 자기 나름의 새로운 놀이를 개발하면서 창의성이 발달됩니다. 숲은 잘 만들어진 그 어떤 교구보다 더 훌륭한 교구인 셈이죠”


전문적인 영역에서 송파구의 숲 유치원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나를만나는숲의 숲 유치원' 담당 장희정 박사의 설명이다.


“외국에서는 벌써 20년째 이런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힌 장 박사는 “그러나 대개 민간이 시작하고 관이 보조하는 형태인 데 비해 송파구처럼 관이 주도하는 경우는 전무후무하며 관 주도인 만큼 빠른 정착과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 박사를 비롯한 나를만나는숲 숲 유치원팀은 지난해부터 송파구의 숲 유치원의 전반적인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아이들은 3주전부터 적응훈련을 해왔다. 30분부터 시작해 지금은 2시간도 너무 짧을 정도. 다음달부터는 4시간 수업이 숲에서 이뤄진다.


이를 위해 송파구는 오금공원 입구에 24㎡(7평) 규모의 예쁜 통나무집을 만들었다.


캐나다산 통나무로 만들어져 들어서기만 해도 진한 솔내음에 머리가 시원해진다. 비나 눈 등 갑작스러운 일기변화 시 피할 수 있는 대피장소다. 100여권의 동화책도 비치됐다.


대피소를 지나 300m 남짓 숲 오솔길을 따라 들어가면 아이가 행복한 숲 유치원 제1학습장이 나온다. 통나무를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뉘어놓은 긴 의자 4개, 그루터기의자 6개가 새로 만들어진 시설의 전부다. 그 옆으로 집짓기 놀이를 위한 잔가지와 낙엽더미, 잘린 그루터기들이 놓여 있다. 아무렇게 쌓인 듯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배려다. 장박사 팀의 조언에 따라 앞으로 나무들 사이 밧줄, 모레, 조약돌 등도 추가로 들여놓을 계획.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에는 솔방울, 작은 꽃, 풀잎, 나뭇가지들이 들려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너무 어려 걱정이 많았어요. 이동거리, 안전상의 문제, 날씨가 안 좋을 때의 일과 진행 등을 어떻게 하려나 걱정은 됐지만 일단 믿고 지켜보자 마음먹었죠. 그런데 이제는 주머니에서 솔방울 몇 개, 낙엽찌꺼기와 솔가지들, 엄마를 주려고 가지고 온 물건들을 보면 제 마음도 부드러워지는 것 같아요. 오감이 발달하는 시기에 자연을 보고 느낄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할 따름이죠”라고 천재영(만 1세)군의 어머니 이정아(장지동) 씨는 말한다.


이씨는 또한 “특히 숲 유치원 등원 후 신발을 신고 벗고, 외출 후 손 씻는 기본 생활 습관 등의 변화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의 변화는 이 뿐이 아니다.


“숲에서는 아이들의 표정부터 다르다”고 전제한 2세반 담임 유연희 교사는 “숲에 다녀온 날은 짜증도 안내고, 집중력도 매우 좋아진다.


그런데 날씨가 안 좋아 숲에 못간 날은 아이들이 산만하고, 자기들끼리도 많이 싸운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숲은 안전하다. 넘어져도 푹신한 흙, 낙엽, 풀들이 자연 쿠션역할을 한다. 똑같은 숲, 그러나 매일매일 아이들의 놀이는 달라진다. 어느 날은 낙엽을 날리고 던지고, 뒤집어쓰고 논다.


다른 날은 언덕을 기어오르고, 소리를 지르며 술래잡기도 한다. 아직은 시작단계라 아이들이 대소변을 자연에서 해결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나무가 좋아한다’는 말에 소변 정도는 좋아라 하며 숲에서 해결하지만 대변만큼은 화장실을 고집한다. 대개 숲 유치원은 한 장소를 화장실 구역으로 정하고, 대변은 삽을 이용해 흙 속에 묻는 방식이다.


아산병원과 협약을 맺고 정기 건강검진 및 진료도 실시할 계획이다.


숲이 준 직접적인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구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얻기 위해 만 5세반을 대상으로 숲 유치원을 특별반으로 모집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초기단계라 학부모를 설득하는 일이 더 어렵다. 만 1~2세 유아들의 경우도 일반적인 방식의 학습을 포기하지 못한다. 이를 위해 품앗이육아를 하고 있는 민간의 참여도 받을 계획이다.


또 오는 28일 오전 10시30분 특별한 수업이 준비된다. 단국대 강동성 교수(수학교육과)가 자연물을 이용한 수학교육을 진행한다. 구는 매월 1차례씩 특별 프로그램을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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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일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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