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호주에서 열린 여자프로골프대회의 프로암대회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몇 년 동안 다녀왔던 연례행사였지만 매번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대회조직위원회의 구성과 활동부터 그렇다. 운영요원들 대부분이 클럽의 회원들이거나 자원 봉사자들이다. 우리 일행들의 교통편을 맡은 현직 운전기사는 "자원봉사를 하면서 얻은 선수 사인 모자로 소아암을 위한 경매 상품을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함께 라운드한 선수의 캐디를 맡은 한 골프장 회원은 "유명한 한국선수의 골프백을 메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면서 "코스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선수에게 알려주기 위해 1주일 동안 휴가를 냈다"며 즐거워했다. 프로암대회 상품도 국내와는 달리 단촐했지만 모두들 축제에 나와서 마음껏 즐기는 분위기였다.
선수들 역시 우리 선수들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 우리 선수들이 "지난번 대회성적이 어땠어?" 라며 성적을 중시하는 쪽이라면 외국 선수들은 "지난번 대회는 즐거웠어?"라고 기분과 컨디션을 물어보는 식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골프에 접근하는 시각 자체에 상당한 차이가 있어 보였다.
물론 우리 선수들이 단시일내에 세계 무대를 정복하는 엄청난 쾌거를 일궈낸 원동력이 '집중력'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프로선수들은 물론 아마추어골퍼들까지 너무 스코어와 경쟁에만 집착한다는 생각을 지워버릴 수 없었다. 혹한기에도 연습장에서 드라이버를 휘두르며 땀을 펄펄 흘리는 모습이 과연 골프를 진정 즐기는 모습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
사실 오래전 어릴 때는 병이 나도 학교에 꼬박꼬박 출석해서 개근상을 받아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무척 어리석은 일이다. 아프면 당연히 쉬어야 하고, 그래야 학업능률도 오르고, 또 다른 학생들의 감염도 막을 수 있다. 결석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다. 우리는 그러나 끝없는 경쟁체제 속에서 지나차게 경직된 삶을 살아왔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골프를 즐기는 문화에 익숙해져야 룰과 에티켓도 지키고,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골프문화가 발전할 수 있다. 골프는 특히 일상을 벗어나 자연을 호흡하는 스포츠다.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재미도 있고, 편안해야 한다. 골프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이제는 '전투 모드'보다는 '즐기는 모드'였으면 좋겠다.
아담스골프 대표 donshin6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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