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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흥행1위②]외화 1위시대, 韓영화 어떡하나?


[아시아경제 고경석 기자]지난 11년간 지켜온 한국영화의 자존심이 무너졌다.


지난 1999년 영화 '쉬리'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이 세운 기록을 깨고 역대 흥행 1위에 오른 지 11년 만에 정상의 자리를 다시 외화에 내주게 됐다.

2006년 여름 개봉한 '괴물'이 1301만명을 모은 지 3년 6개월 만에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가 역대 흥행 1위에 올라섰다.


지난해 12월 17일 개봉한 '아바타'는 2월 26일까지 총 72일간(전야상영 포함 73일) 누적관객수 1297만 3649명명을 모아 27일 '괴물'의 기록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27일 오전까지 누적 관객수는 1299만 585명이다.

'아바타'의 흥행 1위 등극은 한국영화의 전성기가 끝이 나고 있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 어린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영화 '쉬리'로 시작된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는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 '친구'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를 거쳐 '괴물'까지 흥행 1위의 바통을 주고받으며 11년간 지속됐다.


한국영화가 할리우드를 따라잡기 위해 새로운 이야기와 저비용 고효율의 컴퓨터 그래픽에 몰두하고 있을 때 세계 영화시장을 정복하려는 할리우드는 3D에 집중하며 기술력을 쌓아왔다. '아바타'는 그 정점이자 혁명의 시발점이다.


'아바타'의 흥행이 위협적인 것은 단순히 '괴물'을 넘어선 관객수만이 아니다. 이 영화의 매출액은 1200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북미시장에서도 흥행작의 기준이 되는 1억 달러가 넘는 액수다.


'아바타'의 기록적인 흥행은 한국영화의 자존심에 큰 생채기를 냈다. 장편 3D 영화 제작 경험이 전무한 충무로는 대규모 자본과 기술력으로 공세를 펼치는 할리우드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잘만든 3D 영화'의 산업적 가능성은 이미 '아바타'가 증명한 바 있다. 극장주들은 우리나라 관객도 일반 2D 상영관보다 1.5~2배 가까이 비싼 관람료를 기꺼이 지불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문제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다.



수년간 3D 영화에 투자를 해온 할리우드는 '아바타' 이후로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슈렉 포레버' '타이탄' 그리고 블록버스터 시리즈 '해리포터' '스파이더맨' 등도 3D로 제작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3D 영화를 준비 중이지만 완성도에 있어서는 불투명한 것이 사실이다.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은 하지원 주연의 '7광구'(가제)를, 곽경택 감독은 '아름다운 우리'(가제)를 3D로 제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디워'의 심형래 감독도 차기작을 3D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달 초 국내 3D 업체 스테레오픽처스코리아 측은 오는 7월 전세계 개봉 예정인 미국 워너브라더스사의 영화 '캣츠 앤 독2'의 3D 전환 작업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한국영화의 3D 기술력에 대한 견해는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차이가 크다. 영화진흥위원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국은 2D 영화를 3D 영화로 전환하는 데 있어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정일권 디지털액터연구팀장은 이달 초 한 토론회에서 "한국의 CG 등 3D 관련 기술이 할리우드에 비해 2년 정도 뒤져 있으며 제작 노하우는 더욱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정반대의 주장을 펼쳤다.


국내 영화 제작자들도 3D 영화의 미래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준동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부회장은 "지난해 한국영화 총 제작비가 약 1500억원인데 '아바타' 한편 제작비가 3000억원이 넘는다"며 "할리우드의 물량공세에 우리가 똑같은 방식으로 맞설 수 없는 여건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또 다른 제작자는 "관객들이 '아바타'로 눈높이가 높아진 이상 우리가 넋놓고 있다가는 할리우드에 관객들을 빼앗길 수 있다"며 "좋은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건 당연한 이야기고 동시에 3D 시대에 발맞출 수 있는 영화 역시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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