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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DNA]'G20 코리아'는 왕회장 '불굴의 도전'부터 시작됐다

[재계100년-미래경영 3.0] 창업주DNA서 찾는다
<2>현대그룹 아산 정주영①


소 판 돈 70원으로 시작 쌀가게로 자수성가
자동차수리업 투신 '속도경영' 현대車 탄생
잇단 해외건설 수주 '주베일 수송작전' 쾌거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아산(峨山)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만큼 한국 경제 현대화에 기여한 인물을 머리에 떠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실제로 그의 삶의 궤적을 반추해보면 전후복구사업, 중화학공업화, 첨단산업화로 이어지는 이른바 '한강의 기적' 파노라마가 그대로 투영된다.


그가 일군 범 현대가문은 국내 30대 그룹 내에만 현대기아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현대그룹, 현대산업개발 등 4곳에 이를 정도로 재계 막강 파워를 구축해놓고 있다.

◆소설 '흙'에서 청운의 꿈 움트다=아산 정주영 회장은 1915년 11월 25일 강원도 통천군 송전면 아산리에서 가난한 농부였던정봉식과 한성실의 6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조부로부터 한학을 배워 송전소학교를 졸업한 정 회장은 논밭을 일구며 장남의 도리를 다해달라는 부친의 바람과 달리 보다 넓은 세상을 꿈꿨다.


당시 재래식 농법의 한계로 노동력 투입량에 비해 결과물이 턱없이 부실한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소학교 시절 동아일보를 통해 접한 이광수의 근대소설 '흙'은 그의 눈을 번쩍 뜨이게 했다.


범 현대가문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정 회장께서는 흙에 등장하는 허숭 변호사에 반해 '법제통신', '육법전서'를 공부했고지금의 사법시험인 보통고시까지 쳤다"며 "낙방으로 끝났지만, 아산의 인생 좌표에 이광수의 소설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전했다.


세 번의 가출 실패가 있고 난 이후 1931년, 소를 판 돈 70원(현재가치 약 400만원)을 갖고 무작정 상경하면서 그의 '인생 2막'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인천 부두 막노동꾼으로 시작한 정 회장의 타향살이는 초반 비교적 순탄했다. 특유의 성실함과 근면함으로 지인들의 신뢰를 얻어 상경한 지 4년 만에 쌀가게 경일상회를 개업하면서 자수성가의 꿈을 이뤘다.


◆'무모한 도전'에서 '성공의 기적'으로=정 회장의 사업 행보는 불가능에 대한 도전과 기적적인 성공의 연속으로 요약된다. 1939년 일제 전시체제령에 따른 쌀 배급제 실시로 탄탄대로의 경일상회가 폐쇄되면서 사업가로서 첫 기로에 섰다. 그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아이템으로 눈여겨봤던 자동차 수리업에 과감히 뛰어드는 또 한 번의 모험수를 단행했고, 불의의 화재로 사업장이 전소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도 채권업자로부터 3500원(현재가치 약 2억 원)이라는 거액을 빌려 보란 듯이 재기에 성공했다.


그의 위기 극복 노하우는 수리 기간 단축이었다. 경쟁업체들이 일주일 정도 걸려 마쳤던 작업을 단 2~3일 만에 끝내는 대신 비용을 비싸게 청구하는 전략이 적중한 것. 밤잠을 설쳐가며 작업하는 무식할 정도의 '속도 경영'이었지만, 그 내면에는 부유층이 수리 비용에 연연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세심한 비즈니스 분석이 자리하고 있었다. 정 회장도 직원들과 함께 도구를 잡고 수리에 나서 자동차 부품 모든 기능을 터득했고, 이는 '현대자동차 신화'의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


1946년 현대자동차공업사로 볼륨을 확장한 정 회장은 건설업으로 진출, 전후 복구사업을 도맡아 재계 전면에 등장했다. 만족이란 없었다. 국내 건설 1위라는 훈장을 달았음에도 정부 주도의 국내 건설 투자가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다시 한번 결단을 내렸다.


1963년 시무식 연설에서 정 회장은 "올해 놀라운 일을 계획하고 있다"며 해외 진출을 시사했다. 그 해 베트남 상수도공사 입찰이 실패로 돌아가자 모두가 불가능하다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태국 고속도로 공사를 시작으로 1970년 호주 항만공사에 이르기까지 성공적인 수주가 잇따르면서 비난은 찬사로 바뀌었다.


정 회장의 뚝심 경영 사례는 열거할 수 없을 정도지만, '20세기 최대의 사건'으로 꼽히는 1976년 사우디 주베일산업항 대양수송작전을 빼놓을 수 없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항구 건설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모든 기자재를 울산조선소에서 제작해 지구 반바퀴 거리 해상을 바지선으로 운반하는 기상천외한 모험을 구상한 것. 대양의 수심, 거친 파도를 뚫고 500t짜리 파이프 89개를 운반해 와 30m 수중에서 한계오차 5㎝ 이내로 완벽하게 설치해 해외 언론으로부터 '모세의 기적'에 비견하다는 극찬을 얻었다. 현대그룹의 위상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격상된 계기도 정 회장의 도전 정신에 바탕을 둔 셈이다.


◆'불굴의 정신' 재계 이후에도 '활활'=1992년 1월 1일 서울 청운동. 정 회장은 새해 차례를 지내기 위해 모인 가족들에게 정치 참여를 통고했다. 고희를 훌쩍 넘긴 고령에 인생 최대의 도전에 나선 것이다. 가족 전원이 반대했지만, 그룹 경영권과 지분 행사권까지 동생 고 정세영 현대그룹 회장에게 넘기고 재계를 홀연히 떠났다.


물론 '포스트 정주영' 체제에 대한 만반의 준비와 확신에 근거한 결정이었다.
그는 당시 독일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동생 정세영 회장의 글로벌 감각이 나 보다 더 뛰어나다고 판단했고, 현대그룹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수장을 만났다고 확신한다"며 "그룹도 계열사 별로 독립하는 방향을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의 대권 도전은 '경제 코리아' 건설과도 맥락이 닿아 있었다. 당시 정권은 500억달러에 육박하는 외채에도 불구하고 고속전철 사업이라는 표를 의식한 매머드급 공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일인당 국민소득 5000달러 수준에서 1만 달러의 미국도 시작하지 않은 대사역은 망국의 길이라는 게 그의 신념이었고, 내실있는 경제체제 구축을 정치활동기간 줄곧 주장했다. '남북 통일'의 꿈을 향한 발걸음을 땐 것도 이때 즈음이라는 사실은 주지하는 바다.


정 회장이 인생 황혼기에 구상했던 꿈들은 '절반의 성공'을 거두는 데 머물렀다. 그러나 그의 불가능에 대한 끝없는 도전정신은 현대가 2세들에게 그대로 계승돼 '완벽한 성공'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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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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