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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DNA]“사회 가난하면 개인富 보장못해” 나눔경영 선각자

재계 100년-미래경영 3.0 창업주 DNA서 찾는다

<1>삼성그룹 호암 이병철 ⑤
1965년 삼성문화재단 출범 지휘
“환경보호도 사업” 녹색성장 선도
고미술 등 문화재 보호도 한평생



[아시아경제 김정민 기자] 호암 이병철 회장은 '환경산업', '사회공헌', '문화ㆍ예술 육성'이라는 우리나라가 산업화ㆍ근대화하는 과정에서 잃어버렸거나 소홀히 했던 가치에 주목한 시대를 앞서간 기업인이다.

그는 헐벗은 땅에 나무를 심고 숲을 일구는 것이 국토를 넓히고 빈곤에 허덕이는 농촌을 풍요롭게 하는 지름길이라 믿었던 한 세대 앞선 녹색성장의 전도사이자 문화와 예술이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는데 일조할 것이라는 믿음을 실천에 옮긴 사회사업가였다.


이 회장이 남긴 '나눔의 철학'은 '함께 잘 사는 사회'라는 이건희 전 삼성회장의 제2창업 이념으로 이어져 삼성이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을 돌보는 가장 큰 후원자로 남게 했다.

◆'환경보호'도 사업이다
"한 개인이 아무리 부자가 되어도 사회가 가난하다면 그 개인의 부는 보장받지 못한다"(호암어록중)


1965년 55세 생일을 맞은 이 회장은 가족회의를 열고 삼성문화재단 설립 의지를 밝힌다. 30년간 기업 경영에만 전념해 왔던 그는 기업을 통해 사회에 기여한 것 외에 성공한 사업가로서 사회에 직접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찾던 중 그동안 쌓아온 재산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기로 하고 제일모직과 제일제당, 그리고 동방생명, 신세계 등의 개인지분 10억어치와 부산시 용호동의 임야 10만여평을 출연해 재단을 세웠다.


"개인 생활을 영위하기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재산을 계속 사유해 사장시키는 것보다는 국가와 사회를 위해 유용하게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는 평소 생각을 실천에 옮긴 이 회장의 결단은 기업의 사회공헌이라는 개념 자체가 낯설었던 60년대 우리 사회에 화제가 됐다.


이렇게 세워진 삼성문화재단은 삼성장학회를 세워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했으며 학술연구기관이나 학자들의 연구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만들어 이 회장이 평생 지켜온 '인재제일주의'와 '기술 자립'의 신념을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는데 일조했다.


이와 함께 좋은 책을 값싸게 공급한다는 취지에서 '삼성문화문고'를 간행,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삼성문화재단이 1971년 첫 발간한 책이 독일의 철학자 피히테가 지은 '독일국민에게 고함' 번역본이었던 것은 기업과 나라의 흥망성쇄가 모두 구성원 개개인의 정신적 자각에 달려있다 믿어온 이 회장의 생각이 반영된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 회장은 60년대에 이미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조림사업에 뛰어들 정도로 앞선 시대감각을 갖춘 인물이었다. 그러나 타고난 기업가인 그에게 '자연' 역시 단순히 지키고 바라보는 보호의 대상이 아닌 사람에게 이롭도록 바꿔나가는 '개발과 공존'의 대상이었다.


이 회장은 1968년 용인자연농원(현 에버랜드) 개발 당시 이를 '잃어버린 국토 찾기 운동'이라 이름 짓고 "누군가 10년 20년 전에 이 같은 사업을 주도해 전국 3만여 마을에 밤나무, 은행나무 등 경제수 1만 그루 심기 운동을 벌였더라면 오늘날 우리 국토는 한없이 푸르고 그 만큼 확장 됐을 것"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2000여명이 넘는 산지 소유자와 2000여기의 무덤들로 애를 먹었던 450만평 부지의 용인자연농원 개발사업은 이 회장 특유의 꼼꼼한 추진력을 앞세워 점차 모양새를 갖춰 갔으며 착수한 지 10년만에 이 회장이 비행기 위해서 바라봤던 헐벗은 산하는 푸르른 녹음으로 덮여갔다. 그러나 이 회장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여기에 가족들이 놀러와 자연을 배우고 즐기는 놀이터를 만들 결심을 한다. 세계적인 테마파크이자 친환경 에너지 기업인 삼성에버랜드가 태어나게 된 것.


현재 에버랜드는 1997년 서비스업계 최초로 환경친화기업에 지정되는 등 지금껏 환경복원과 친환경 에너지 공급 사업 등에 주력하며 일찌감치 녹색성장을 주도, 삼성의 미래사업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예술에 취하다
문화재 보호에 평생을 받친 간송 전형필에 이어 우리나라 최대의 골동품 수집가가 이 회장이라는 사실은 그다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그의 문화재에 대한 애정은 뿌리가 깊다. 1938년 이 회장은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창업한 후 지역 유지와 실업인들의 모임인 을유회 회원으로 가입해 고미술이나 서화, 도자기 등을 감상하며 친분을 다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학자 집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골동품이나 시서화를 접하고 자란 이 회장의 예술적 취향이 고전적으로 흐르게 된 데는 당시의 경험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싹을 틔운 이 회장의 문화재 사랑은 훗날 호암 미술관 건립으로 이어진다. 1982년 4월 개관한 호암 미술관은 국내 최초의 사립 박물관으로 이 회장이 평생동안 수집한 고미술품 1200여점을 바탕으로 설립돼 지금은 1만5000여 점에 이르는 국ㆍ내외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다.


이 회장은 1940년대부터 골동품 수집에 나서 세상을 뜨기 전까지 일제강점기와 6.25전란을 거치며 해외로 밀반출되거나 국내에 방치된 문화재들을 사들였다. 이렇게 이 회장이 평생동안 수집해 호암 미술관에 기증한 고 미술품중엔 국보급만 해도 수집종에 달한다.


이중에서도 이 회장은 1970년 국보 133호로 지정된 '청자진사연화문표형주자(靑磁辰砂蓮華文瓢形注子)'에 큰 애착을 보여 말년에도 자주 호암미술관을 찾아 전시된 작품을 감상하곤 했다.


고려 무신정권시대의 세도가 최항의 무덤에서 발굴된 이 도자기는 일본으로 밀반출돼 오사카시립박물관에서 열린 경매에 붙여진 것을 이 회장이 대리인을 동원, 당시 돈 3500만원이라는 거액을 주고 사들인 물건이다. 당시 쌀 한가마니의 값이 3000원이 채 안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가치로는 수십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이 회장이 1979년 일본에서 되사온 '아미타여래도' 또한 일제 강점기 때 밀반출돼 야마도 미술관에 소장돼 있던 것으로 현존하는 고려불화 중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아 국보 218호로 지정됐다.


이 밖에도 '금동보살삼존상(국보134호)', 용두보당(국보136호)', 청자양각죽절문병(국보169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보물643호)', '나전단화금수문경(국보140호)' 등 수 많은 문화재들이 지금도 호암미술관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우리 민족의 예술혼을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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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jm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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