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에 대한 은행권 대출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같은 현상에는 금융권의 리스크를 높인다는 부작용도 따르지만, 사모펀드 등 대형 투자자들의 투자여력을 높여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WSJ은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최근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 등 투자은행들이 헤지펀드 등에 대한 대출 즉 레버리지를 금융위기 직전 수준까지 높였다고 전했다. 또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강화된 대출 규정 역시 예전 수준으로 완화됐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씨티그룹의 사모펀드·헤지펀드에 대한 대출을 약 10%가량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펀드들에 대한 대출은 이보다 좀 더 늘어났다고 이 소식통은 말했다.
금융권 레버리지가 과도한 수준까지 확대되지만 않는다면, 이 같은 대출 확대가 월스트리트는 물론이고 실물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 좀 더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에 나설 것을 요구하는 백악관의 압력이 최근 나타나고 있는 대출 확대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가계 및 기업체에 대한 대출보다 사모펀드나 헤지펀드에 자금을 빌려주는 것이 은행들이 좀 더 안전하게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헤지펀드의 상환여력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헤지펀드가 담보로 제공한 채권 및 주식을 매각해 이를 재빨리 보전할 수 있기 때문.
크레디트스위스의 데이비드 핸들러 애널리스트는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만이 내년 월스트리트가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라며 “실업률이 10%대로 매우 높기 때문에 가계대출을 확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과 2009년, 투자은행들이 손실을 우려해 사모펀드 및 헤지펀드에 대한 대출을 축소해 왔다. 지난해 한 해 동안 19%의 헤지펀드가 폐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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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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