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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돈·눈먼돈·피같은돈…'돈에도 이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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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숙혜 기자] 한 달 동안 직장에서 피땀 흘려 번 월급과 같은 금액의 복권 당첨금은 과연 '같은 돈'일까.


분명 액수는 같지만 대하는 마음가짐이나 쓰임새는 같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다. 평소 꿈도 꾸지 못했던 사치품을 구입하거나 친구들에게 거하게 한 잔 사며 인심을 베푸는 데 쓰는 돈은 월급보다 복권 당첨금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돈에다 순위를 정한다. 화폐가치로 따지면 똑같은 금액인데도 어떻게 손에 쥐었는가에 따라 그 중요성과 의미를 달리 하는 경향이 분명 있다.


그리고 중요성과 순위에 따라 돈에는 꼬리표가 붙여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공돈’이라는 말이다. 복권 당첨금 같은 돈이 공돈에 속한다. 이렇게 아무런 노력 없이 그냥 굴러들어온 돈을 사람들은 공돈이라고 부르며 크게 중요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이런 돈은 쉽게 얻은 만큼 돈 쓸 일이 생길 때에도 지갑에서 쉽게 꺼낸다.

돈에 붙이는 꼬리표에는 '눈먼 돈'이라는 말도 있다. 이것 역시 공돈처럼 큰 노력 없이 얻었거나 중요하게 대접받지 못한 채 낭비되는 돈을 뜻하는 말이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돈 중에는 '가욋돈'이나 '여윳돈'이라는 이름이 붙기도 한다. 회사에서 월급 이외에 뜻하지 않게 받는 명절 '떡값'이나 보너스가 가욋돈으로 분류되고 여윳돈은 특별한 목적 없이 은행 잔고에 묶여 있는 돈을 뜻한다. 이런 돈도 사람들의 지갑에서 나갈 때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여윳돈이라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당장 쓸 일이 없어 은행에 넣어둔 돈이라고 해도 정말 쓸 데가 없는 돈일까. 부모님 생신 때 선물도 사야하고 읽고 싶은 책도 사야하고, 대학에 들어갈 때 학비도 필요하고, 나이가 더 들면 결혼 자금도 필요하고….


이렇게 장래에 들어갈 예비자금까지 모두 갖춘 다음 그래도 남는 돈이 있으면 이것을 일러 여윳돈이라고 한다. 어떤가. 정말 '여윳돈'이란 걸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될까.
금액이 작은 돈에는 '푼돈'이라는 이름이 새겨지기도 한다. 대개 동전이라든지 대단한 물건을 살 수 없는 작은 금액의 돈을 이렇게 말한다. 푼돈도 모으면 큰돈이 되는 법인데 사람들은 자명한 진리를 알면서도 푼돈을 함부로 대하는 속성이 있다.


정말 심하게는 '없어도 되는 돈'이라는 꼬리표를 다는 사람도 있다. 세상에 없어도 되는 돈이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아무리 작은 돈이라고 해도 지갑에서 그냥 흘러나가도 상관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도 사람들은 쉽게 얻게 된 돈이나 당장 쓸 데가 없는 돈에 이런 나쁜 이름을 붙이고 무모하게 투기를 하거나 과소비를 해 버린다.


그럼 사람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일단 금액이 크면 '목돈' 아니면 '큰 돈'이라고 부르면서 투자든 소비든 결정을 내리는 데 아주 신중하다.


또 사람들은 정말 열심히 일해서, 고생해서 번 돈을 '피 같은 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금액이 크면 더 소중하게 여기겠지만 작다고 해도 일단 '피 같은'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면 돈에 최고의 찬사를 부여한 셈이다. 이런 돈은 아무리 씀씀이가 헤픈 사람이라고 해도 함부로 쓰지 않는다.


나열을 하고 보니 사람들은 돈을 정말 세분화해서 순위와 점수를 주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그런데 돈에다 이런 식의 명패를 붙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그나마 돈을 소중하게 여기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낮은 점수와 중요성이 떨어지는 의미의 이름을 붙이면 결과도 부정적일 것이다.


돈에도 이름이 필요하긴 하다. 그런데 이런 식의 이름은 아니다. 돈에 붙여야 할 이름은 목적과 연결되는 이름이다.


가령 '대학등록금 꿈나무'라든지 '불우한 이웃돕기', 아니면 '내 컴퓨터 마련하기'와 같은 어디에 쓸 자금인지를 명시한 이름이 필요하다. 목표가 있어야 낭비하는 일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고 그 목적에 따라 투자 방법이나 목표 수익률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제 저금통이나 통장을 만들 때 '피 같은 돈'이라는 이름 대신 자신만의 계획을 담은 이름을 붙여 보는 것이 어떨까.

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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