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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으로 점철된 21세기 첫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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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숙혜 기자]적어도 경제나 투자의 관점에서 21세기의 출발은 모양새가 썩 좋지 않다.


 미국 사상 5대 기업 파산이 21세기 첫 10년 동안 발생했고, 10대 파산 중 9건이 이 기간에 집중됐다. 새 천 년은 기술주의 몰락으로 막을 올렸다. 이른바 닷컴 버블이 터지면서 2000~2002년 사이 나스닥지수는 80% 가까이 내려앉았다. 희대의 분식회계 스캔들로 월드컴과 엔론이 불명예스러운 최후를 맞은 것도 이 때였다.

 2007년 미국 발 금융위기는 또 어떤가. 17개월 사이 전 세계 자산시장에서 증발한 자금은 무려 37조 달러에 달했다. 150년 역사의 리먼 브러더스와 미국의 자존심이던 제너럴 모터스(GM)도 이번 쓰나미를 견디지 못하고 미국 역사상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파산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공룡 기업의 몰락을 들여다보면 적지 않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레버리지다. 타인의 자본을 끌어다 투자할 때 자산 가격이 오르면 크게 먹을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되기 때문에 레버리지는 통상 양날의 검으로 불린다.

 과도한 레버리지의 문제는 글로벌 경제를 삼켜버린 2007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IB)와 상업은행이 분별없이 벌인 돈잔치는 2001~2006년 부동산 버블을 초래했고, 버블은 곧 금융권에 '젖과 꿀이 흐르는' 신천지였다. 하지만 거품이 터졌을 때의 후폭풍은 금융권은 물론이고 전세계 실물경제로 일파만파 확산되며 거품의 단맛을 향유하지 못한 이들까지 고통으로 몰아넣었다.


 거품을 양산한 대표적인 주범이 리먼 브러더스였다. 2005~2007년 연이어 사상 최대 실적으로 축포를 터뜨린 리먼 브러더스는 모기지담보증권 시장을 호령하는 인수 기관이었다. 2007년 기준 리먼 브러더스가 인수한 채권은 850억 달러에 달했다.


 과유불급. 적정 수준의 레버리지는 자산 운용의 묘를 살리는 데 효과적인 전략이다. 하지만 지나칠 때 몰아치는 역풍은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사실을 150년 역사를 가진 금융회사의 몰락과 금융권에 쏟아 부은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에서 알 수 있다.


 워싱턴 뮤추얼을 파산에 이르게 한 원인은 이른바 '뱅크런'이었다.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신용경색이 극에 달했고, AIG와 패니메니, 프레디맥 등 굵직한 금융회사가 파산 일보 직전이었다. 2008년 9월, 불과 10일 사이 총 예치금의 9%에 이르는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워싱턴 뮤추얼을 낭떠러지 아래로 밀어낸 것. 새 자금을 수혈할 틈도 없었다. 시장이 호황일 때 현금은 쓸모없는 잡초 취급을 받게 마련이다. 하지만 워싱턴 뮤추얼과 그밖에 유동성 문제로 몰락한 기업들은 평시에도 비상사태를 대비해 충분한 현금 자산을 비축해 두는 것이 DOA(응급실 도착 시 사망)를 피하는 최선책이라는 교훈을 남겼다.


 GM은 77년 동안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였다. GM의 파산을 두고 금융위기의 결과물이라고들 말하지만 실상 GM을 몰락시킨 것은 그 자신이었다. 성공이 곧 화를 부른 셈. GM이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에 밀려 쇠락의 길로 접어든 것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효율적인 비용 구조와 전략의 부재, 경영진의 무능함은 이미 약 30년 전부터 GM의 시장 지위를 끌어내렸다. 80년대 46%에 달했던 GM의 미국 시장점유율은 2009년 20%를 간신히 넘는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미 시장에서 외면받기 시작한 데다 막대한 고정비용과 맞물리면서 2007~2008년 700억 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기록했고, 경기 침체에 무참하게 쓰러졌다.


 한 세기를 풍미하던 공룡 기업의 몰락은 안이함 때문이었다. 경쟁사들이 소비자의 달라지는 니즈와 트렌드를 읽어내고 발 빠르게 대처할 때 GM은 어떤 '액션'도 취하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 가장 성공적인 기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경제학 서적을 장식했던 엔론의 창립은 1985년이었다. 가스와 전력, 수력에 광대역까지 섭렵하는 거대그룹의 면모를 갖추는 데 걸린 시간이 채 20년도 되지 않았던 셈이다.


 엔론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연기금과 기관 투자자를 포함한 '돈줄'을 교묘하게 속이고 기만한 데 있었다. 분식회계 사건이 터졌을 때 비로소 철저하게 가리고 있던 '만행'이 만천하게 드러났고, 이어 경제학 서적에 불투명한 경영과 분식회계의 대표적인 사례로 이름을 올렸다.


 대공황 이후 최대 경기침체가 가시화되기 전까지 두바이는 사막의 오아시스였다. 약 1년 전 미국 대표 경제채널인 CNBC가 간판 프로그램 '60분(60Minutes)'에서 커버스토리로 두바이의 인공섬을 조명했을 때만 해도 중동의 사막이 새로운 금융 허브로 부상하는 듯했다.


 실상은 과도한 레버리지와 투명성 결여, 거품으로 점철된 신기루였다는 사실이 지난 25일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 선언을 계기로 드러났다. 전세계 금융시장을 더욱 경악하게 한 것은 모라토리엄 선언의 시기나 방식이었다. 손에 잡히는 정보가 거의 전무한 채권자들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이번 사태가 비단 일개 두바이월드라는 일개 국영기업의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두바이의 존망이 달린 사안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금융시장은 순식간에 패닉에 빠졌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가 지원 사격에 나설 뜻을 밝혔지만 이미 파장은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금융권과 미국 상업용 부동산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양상이다.


 세계 경제 규모는 61조 달러. 중동 전체의 경제가 1조1000억 달러 규모이며, 두바이는 이 중 극히 일부분을 차지한다. 주가와 상품 가격 급락이 과잉반응이라는 주장과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 선언이 '찻잔 속 태풍'으로 종료될 것이라는 관측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설득력이 있는 주장으로 보이지만, 리먼 브러더스 역시 미국 월가에서 채권 파생이라는 지극히 '작은 물'에서 놀던 금융회사였다. 안이한 생각으로 리먼의 파산을 결정했다가 금융시스템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리자 땅을 치며 후회했던 미 금융당국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때다.

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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