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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벌꿀 대량 제조ㆍ유통 왜 가능했나

싼 가격ㆍ'벌꿀은 약' 이란 인식 때문
인베르타제 유해성 검증 안돼 불안 증폭


[아시아경제 이승국 기자] 검찰이 최근 2001년부터 7년간 의료용 시약을 이용한 가짜 벌꿀 4700t을 대량 제조ㆍ유통한 일당을 검거하면서 가짜 벌꿀의 유해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무려 4명이 구속기소되고, 1명이 불구속기소됐다.


29일 검찰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가짜 벌꿀은 설탕물에 의교 연구용 시약인 인베르타제(Invertase)를 혼합해 만든 것으로 제조회사에서도 인체 유해성에 대한 검증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가짜 벌꿀이 대량 제조ㆍ유통될 수 있었던 것은 뭐니뭐니 해도 싼 가격과 벌꿀을 약으로 생각하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천연벌꿀 기준 도매가격은 1드럼(288kg)당 200만~300만원에 거래되고 있는 반면 사양벌꿀은 60~65만원 수준에 판매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지난 7~8년간 수종(樹種) 변경 및 아카시아 나무의 질병으로 인해 벌꿀생산에 필수적인 밀원이 지속적으로 감소, 꽃꿀에서 채취한 천연벌꿀의 공급이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져 왔다.


전자파로 인한 꿀벌의 귀소 본능 방해는 물론, 기후변화로 인한 밀원의 지속적인 감소가 원인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이 같은 현상은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벌꿀을 약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강해 벌꿀에 대한 수요가 줄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양봉업계에서는 천연벌꿀보다 벌에게 설탕물을 먹여 생산한 사양벌꿀의 생산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번 사건 역시 국내 벌꿀 시장의 공급 부족현상을 이용해 벌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서도 꿀과 유사한 물질을 대량 생산, 유통해 막대한 불법이익을 취득한 유형이다.


국내 식품공전에서는 벌꿀의 기준규격을 전화당 65% 이상, 자당 7%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당류 중 포도당과 과당이 화합적으로 결합돼 있는 이당류가 자당, 포도당과 과당이 화학적으로 분리돼 있는 단당류의 혼합물이 전화당이다.


일반적으로 자연 상태에서는 당류가 대부분 자당으로 존재하고, 과일이나 꿀과 같은 경우에만 전화당의 형태로 존재한다.


이번 사건에서 눈에 띄는 것은 피의자들이 인베르타제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인베르타제는 다당류인 설탕을 단당류인 포도당과 과당으로 가수 분해하는데 관여하는 효소다.


국내 양봉업계에는 인베르타제를 설탕물에 혼합하면 전화당을 65% 이상 함유하는 진짜 벌꿀과 유사하게 변모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들은 이를 이용해 약 4t 혹은 8t 용량의 교반기 7개에 논에서 퍼 올린 지하수를 적당량 채운 후 설탕 300포(1포당 1kg)에 인베르타제 3통(1통당 500g)을 혼합해 30℃ 정도의 온도에서 한달 정도 숙성시켜 가짜 벌꿀을 만들었다.


또 사용한 인베르타아제는 효소로서 식품첨가물로 사용되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수사에서 확인한 결과 인베르타아제는 의료연구용 시약으로 수입돼 제조회사에서도 인체 유해성 검증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행이도 이들이 제조ㆍ유통한 가짜 벌꿀은 현재 시중에서는 판매되지 않고 있다.


검찰은 가짜 벌꿀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인베르타아제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 해당 부처에 인베르타제를 수입물품 유통이력관리 물품으로 지정할 것을 제안키로 했다.

이승국 기자 ink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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