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명의 걸출한 '스타대결'로 충분한 볼거리 제공, 내년 전망도 '맑음'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서희경(23ㆍ하이트)과 유소연(19ㆍ하이마트)이 막판까지 명승부를 연출한 한해였다.
서희경이 지난 22일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최종전 ADT캡스챔피언십에서 역전우승을 차지하면서 상금왕과 대상, 다승왕, 시즌 최저평균타수상을 싹쓸이 하며 '4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도 6승을 거뒀지만 신지애(21ㆍ미래에셋)에게 밀려 '2인자' 꼬리표를 달았던 서희경은 이로써 명실공히 '국내 1인자' 자리에 올랐다.
KLPGA투어 자체는 전세계적인 불황의 여파를 빗겨가지는 못했다. 지난해 25개 대회를 개최하며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던 것과 달리 올해는 18개를 치르는데 그쳤다. 하지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해외파 중 국내 복귀를 희망하는 선수들이 적지 않는데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대회 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서희경 vs 유소연 '양강체제'= 올 시즌 국내 무대 최대 관심사는 신지애의 공백을 누가 메우느냐였다. 첫 손에 꼽힌 게 바로 서희경이었다. 서희경은 초반 롯데마트여자오픈과 메이저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 2연승을 거두며 '독주체제'를 확립하는 듯했다. 하지만 서희경의 발목을 잡은 건 다름 아닌 '알레르기성 비염'이었다.
서희경이 5월 이후 주춤하는 사이 유소연이 무섭게 치고 나왔다. 유소연은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동갑내기 최혜용(19ㆍLIG)과 무려 9차 연장전까지 가는 '대혈투' 끝에 시즌 첫 우승을 차지한 뒤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6월에 열린 우리투자증권레이디스챔피언십을 시작으로 3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괴력을 과시하며 상금랭킹 1위를 질주했다.
서희경은 그러나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10월 들어 메이저대회인 하이트컵챔피언십과 KB국민은행스타투어 최종전을 잇따라 제패하며 대반격에 나섰다. 결국 서희경이 '최후의 승자'가 됐지만 유소연 역시 어린 나이답지 않은 강인한 승부근성과 한꺼번에 몰아치는 집중력을 앞세워 내년에도 투어를 양분할 것을 예고했다.
새로운 기대주도 발굴한 해였다. 이정은(21ㆍ김영주골프)은 '장거리 포'를 앞세워 메이저대회인 신세계KLPGA선수권을 포함해 2승을 거두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이보미(21ㆍ하이마트)도 1승을 거두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반면 김하늘(21ㆍ코오롱)과 홍란(23ㆍ먼싱웨어)은 '무관'으로 시즌을 마쳤고, 최혜용(19ㆍLIG) 역시 지난해 12월 열린 오리엔트차이나레이디스오픈을 제외하면 사실상 우승컵 없이 보냈다.
▲ 규모 줄었지만 내년 전망은 '맑음'= KLPGA투어도 전세계적인 경제한파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KLPGA투어는 지난해 25개(LPGA투어 하나은행ㆍ코오롱챔피언십과 한일전 제외)의 정규대회를 열었지만 올해는 7개가 사라진 18개 대회로 규모가 축소됐다.
중도에 선장이 바뀌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지난 2월 홍석규 전임 회장이 갑작스럽게 하차하면서 그의 영향력이 미치던 휘닉스파크클래식과 삼성금융레이디스챔피언십 등이 사라졌다. 뒤이어 레이크사이드여자오픈과 인터불고라일앤스코트여자오픈이 무산됐다. 이 때문에 일본으로 눈을 돌리는 선수도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지난 8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1차 퀄리파잉(Q)스쿨에 출전신청을 한 한국선수는 무려 16명이나 됐다. 이와는 반대로 미국에서 활약하던 홍진주(26ㆍSK에너지)와 조령아(25), 임성아(25) 등이 국내 시드순위전에 출전하는 등 한국무대 복귀현상도 동반해 나타난 것도 특징이다.
현재까지 내년 전망은 밝은 편이다. 특히 남자대회만 후원하던 SBS코리안투어가 내년에는 여자대회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KLPGA투어는 고무돼 있다. 김일곤 KLPGA 사무국장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내년에는 25개 안팎의 대회를 개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김세영 기자 freegol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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