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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다시 안돌고 있다...통화승수 2개월째 하락

은행들 경기불확실성으로 기업대출 꺼리고 대손충당급 적립 치중

은행 부실채권털기-대출 죄기로 돈맥경화 기업들 비명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자동차용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사장 A씨는 최근 주거래 은행에 월 1000만원짜리 정기적금에 가입했다. 사업이 잘 돼 여유자금을 운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10억원 가량의 대출만기가 다가오면서 은행에서 만기연장을 조건으로 적금가입을 은근히 요구했기 때문이다. A씨는 "만기연장을 위해서는 불가피했다"며 "은행직원은 최근 만기연장보다는 회수하는 비중이 높다며 중소기업이 추가나 신규대출을 받기는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돈이 도는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은행 등 금융기관이 대손충당금 적립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데다 이중침체(더블딥)에 대한 우려 등으로 기업대출을 머뭇거리면서 은행들이 신용창조, 즉 대출기능이 저하돼 '돈맥경화' 현상이 재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19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9월말 통화승수는 23.13배로 지난 6월 이 후 처음으로 23배 수준으로 떨어졌다. 통화승수는 광의통화(M2)를 본원통화로 나눈 것으로 이 숫자가 낮아진다는 것은 한국은행이 공급한 통화를 이용해 경제주체들간의 신용창출(대출)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화승수는 작년 금융위기 이전만 하더라도 25배에서 27배 사이를 오가다 올 3월 20.46배까지 떨어진 후 지난 7월 25.36배로 올랐지만 8월에는 24.55배, 9월에는 23.13배로 2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같이 돈이 제대로 돌지 못하고 있는 것은 기업대출에서 극명히 드러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기업대출잔액은 지난 9월말 현재 539조4836억원으로 올 들어 9월까지 28조1898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작년 하반기 기업대출 순증가분인 34조2097억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은행들이 대출에 소극적일 밖에 없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경기전망에 대한 불확실성, 즉 향후 대출부실에 대한 염려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지도하에 은행들이 부실채권비율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지속한 것도 큰 원인이다.


국내 18개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지난 2ㆍ4분기 말 1.51%에서 3ㆍ4분기 말에는 1.48%(잠정)로 0.03%포인트 하락했다. 부실채권비율이 감소한 이유는 신규 발생 규모가 줄어든 것과 더불어 적극적인 부실 털어내기가 큰 역할을 했는데 은행들은 3ㆍ4분기 중 전년동기대비 2배가 넘는 6조2000억원어치의 부실채권을 대손충당금 등으로 털어냈다.


올 들어 은행들이 정리한 부실채권은 18조2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조원 이상 많다.


현재 금융당국는 연말 부실채권비율을 1%초반(18개은행 평균 1.07%)대로 제시했기 때문에 향후 은행들은 5조원 이상의 부실채권을 추가로 털어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유정석 수석연구원은 "부실채권 정리로 은행은 BIS 비율 하락을 우려해 대출을 기피할 가능성이 있어 필요시에 이미 조성된 자본확충펀드를 활용해 은행의 자본확충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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