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산, 토양산성도 10배 낮아지고, 토양생물 돌아와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수리산(경기도 군포시 소재)이 살아났다.
토양의 산성화, 금속물질의 독성작용, 토양생물감소로 신음하던 수리산이 2003년부터 국립산림과학원과 경기도 산림환경연구소가 공동으로 추진한 '흙살리기 사업'으로 건강한 숲으로 돌아왔다.
2003년 수리산의 리기테다소나무 임지의 토양산도는 pH 4.5로 정상수준인 pH 5.5에 비해 토양 중의 수소이온(H+) 농도가 무려 10배나 높았다. 이 때문에 토양개량제를 ha당 2.5톤 살포하고 관리해 온 결과 현재 pH 5.4 수준으로 토양건강이 완전히 회복됐다.
토양의 pH가 안정화되면서 수리산의 토양에 흙의 뼈대 역할을 하는 칼슘, 마그네슘 등 양분이 풍부해졌고, 그간 사라졌던 지렁이, 응애 등 토양생물들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정상적인 산림토양이라면 산도가 pH 5.5~6.5 범위여야 하는데, 황산화물(SOx)과 질소산화물(NOx)과 같은 대기오염물질이 유입?누적된 결과 위험수위인 pH 4.5 이하까지 산성화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연구에 의하면 1980년 전국 산림토양의 평균 pH가 5.6였던 것이 2008년에는 pH 5.0으로 산성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전국 산림토양의 대부분이 산성의 모암으로부터 발달한 것인데다 대기오염물질의 다양화 및 농도증가로 토양산성화가 심화되고 있으므로 우리 산하(山河)의 건강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한 항구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토양의 산성화가 심화되면 식물생장 필수양분의 결핍뿐만 아니라 금속성 물질(Al, Mn 등)의 독성작용, 토양생물의 감소 등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계류수의 수질도 악화되어 수서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토양산성화에 의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산성화된 산지 토양의 산도(pH)를 정상수준으로 회복시켜야 한다.
국제적으로도 토양산성화는 비중있는 환경문제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미국은 토양건강성(Soil health) 평가체계에서 '건강한 산림토양'의 최적 수준을 pH 5.5~6.8로 규정하고 이 보다 낮을 경우 내산성이 약한 식물은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미국은 물론 스웨덴, 노르웨이 등 유럽국가들도 이미 20여년 전부터 산림환경개선 차원에서 토양회복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산림과학원에서는 1996년부터 인천, 울산, 서울, 여천 등 전국 17개 지역에 대해서 흙살리기 사업(총 360ha)을 실시했다. 이 가운데 지난 2003년 산림청 예산지원으로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와 함께 추진한 수리산 흙살리기 사업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당시 pH 4.5 이하까지 산성화되었던 토양이 흙살리기 사업으로 현재 pH 5.4 수준으로 10배 가량이나 개선되었다. 이에 따라 낙엽분해가 원활해져 양분순환이 촉진됨으로써 토양생태계의 전체적인 물질순환이 크게 개선된 상태이다.
이러한 토양환경개선 효과에 힘입어 수리산의 토양은 흙의 뼈대 역할을 하는 칼슘, 마그네슘 등 양분도 풍부해졌으며, 그간 사라졌던 지렁이, 응애 등 토양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으로 회복되고 있다.
3층 높이에 불과했던 리기테다소나무 숲은 토양의 생명력이 되살아난 덕택으로 불과 6년 사이에 7층 높이까지 자랐으며(흙살리기를 하지 않았을 때 6층 높이) 앞으로 한층 울창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같이 흙살리기 사업으로 숲의 건강성을 회복시킬 수 있음이 확인됨에 따라 국립산림과학원은 앞으로 이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아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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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 기자 bobo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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