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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범죄 피해자 지원 '의지' 있긴 있나..

[아시아경제 이승국 기자] #1. 일주일 후면 사건이 발생한 지 5개월이 되지만 '황산테러 사건'은 아직까지 온 국민들의 뇌리 속에 충격으로 남아 있다. 
A(27ㆍ여)씨가 황산테러를 당한 것은 지난 6월8일 출근길에서였다.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집을 나선 박 씨는 갑자기 나타난 괴한 2명이 뿌린 황산에 얼굴ㆍ가슴ㆍ팔 등 전신의 25%에 3도 화상이라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예전 직장에서 받아야 할 돈 4000만원 때문에 소송을 제기하자, 전 직장 사장이 직원들을 시켜 보복테러를 한 것.
박씨는 생명만 건졌을 뿐이다.
상처가 아물더라도 정상적인 외출은 힘들다. 다시 직장을 갖는 것도 결혼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태다.


#2. B(34ㆍ여)씨는 2005년 9월 조카를 돌보기 위해 오빠를 찾았다.
그러나 "전세 문의를 하겠다"는 한 남성에게 별다른 의심 없이 문을 열어준 것이 돌이킬 수 없는 고통 속으로 B씨를 몰아넣고 말았다.
전세 문의를 한다던 이 남성은 성폭행을 시도했고, 저항하는 그를 흉기로 열 다섯 차례나 찔렀다.
B씨는 아직도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살을 생각하곤 한다.
그는 "어두운 방 안에 틀어박혀 살고 있다"며 "몇 번이나 자살하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어느 날 입게 된 흉악 범죄 피해의 상처는 순식간에 발생하지만 아물기는 참 쉽지 않다.


어떤 이는 평생 범죄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정신적ㆍ육체적 불치병(?)을 앓기도 한다.

이런 흉악 범죄 피해자들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전국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은 2007년 2104건에서 2008년 2655건으로 26% 급증했다.


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 등 5대 강력범죄도 2006년 51만7904건, 2007년 54만3534건, 2008년 54만5067건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흉악범죄가 늘어나는 만큼 끔찍한 범죄피해를 보는 국민도 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부의 관심과 지원금은 턱없이 부족하다.


법무부의 범죄피해자 구조금 지급률은 전체 강력범죄 발생건수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


법무부의 '범죄피해자 구조금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범죄피해자가 구조금을 받은 경우가 강력범죄 발생건수의 1%에도 못 미쳤다.


한 건당 평균지급액도 915만 여 원에 불과했다.


국가가 범죄행위로 인해 사망한 자의 유족 등에게 지급한 범죄피해자 구조금은 2004년 74건에 6억4840만원, 2005년 118건에 10억6513만3330원, 2006년 117건에 10억6300만원, 2007년 169건에 16억700만원, 2008년 155건에 14억1100만원을 기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홍일표 한나라당 의원은 "현행 범죄피해자 구조법이 가해자가 불명하거나 무자력일 경우만 지급하게 돼 있어 범죄피해자가 국가구조를 받기 어렵다"며 "범죄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지원을 강화하기위해 국가가 피해자에게 선지급하고 자력 있는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본의 범죄피해자 유족구조금은 최고 4억4000만원, 장해구조금은 5억9000만원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최대 3000만원에 불과해 대조를 이루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 정부는 범죄 피해자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얘기다.


범죄피해자 인권대회 등 공식 행사가 있을 때만 생색을 내는 수준이다.


범죄 피해자들의 정부에게 끊임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열린 '제2회 한국 범죄피해자 인권대회'에서 한 법죄 피해자는 "저는 지금 어두운 터널 속을 지나고 있습니다. 저 같은 범죄 피해자가 상처를 극복하는 데 국가와 사회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하소연했다.


인권 전문가들은 "정부나 정부 관계자들이 자신의 아들과 딸이 범죄 피해자라고 생각한다면 지금처럼 지원이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성토했다.


그나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민식 한나라당 의원이 범죄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의 '범죄피해자보호 기금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하자 다수의 여야 의원들도 뜻을 함께했다는 소식은 다행스럽다.


제정안은 형사소송법상 집행되는 벌금 수납액의 5% 이상을 재원으로 하는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을 신설토록 했다.


벌금 수납액 총규모는 연간 1조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 발의에는 정몽준 박근혜 이상득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78명을 비롯해 민주당 17명 등 의원 103명이 서명했다.


법사위 소속 여야 의원은 16명은 모두 참여했다.


박 의원은 "올해 범죄자를 위해 책정된 예산은 2100억원인데 반해 범죄피해자 보호 예산은 37억원 밖에 되지 않는다"며 '조두순 사건' 피해자가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금액도 600여 만원에 그쳤다.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 재원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승국 기자 ink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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