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펑펑' 와이브로·와이파이 지방선 '불통'...IPTV도 수도권에 집중돼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는 차수영(20세)씨는 이번 추석에 부모님이 계시는 충북 충주 집에 갔다가 인터넷 때문에 애를 먹어야 했다. 서울에서는 조금도 불편하지 않게 사용했던 와이브로를 고향에서는 전혀 이용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차씨는 결국 집 근처 PC방에서 보고서를 쓰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이번 한가위에도 가족·친지를 만나기 위한 귀성길이 길게 이어졌지만, 고향을 찾은 이들의 상당수는 갈수록 심화되는 서울-지방간 디지털 격차에 씁쓸함을 감추지 못한 채 귀경길에 올라야 했다.
차수영씨의 사례처럼 이동하면서 초고속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와이브로는 서울과 수도권에서만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어 지방 주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KT와 SK텔레콤 등 와이브로 사업자들이 서울·수도권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와이브로를 전국 서비스로 추진하려던 정부도 최근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와이브로 망을 모든 지역에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주요 거점 도시에 '핫존(hot zone)'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와이브로는 모든 국민이 향유하는 보편적 서비스가 아니라 일부 선택받은 이들만이 즐기는 아주 특별한 서비스로 변질될 것이 우려되고 있다.
무선인터넷(WiFi) 서비스도 수도권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이용하기가 녹록치 않은 게 현실이다. 수도권에서는 대형건물 등 공개된 장소에서는 비교적 서비스가 잘 이뤄지고 있지만 지방에서는 서비스 지역 자체를 찾기가 힘든 형국이다. 기껏해야 인천·김포·김해·제주공항 정도에서만 서비스가 한정적으로 이뤄지고 있을 뿐이다.
인터넷TV(IPTV)도 최근 실시간 IPTV 가입자가 100만명 달성을 눈앞에 두는 등 빠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지만 지방에서는 '찻잔속 태풍'에 그쳐 있다.
이는 IPTV 사업자들이 서울·경기도 등 인구 밀집도가 높은 지역에서 마케팅을 집중적으로 펼치면서 상대적으로 지방 마케팅에는 소홀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지방에서는 여전히 케이블TV가 IPTV를 압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처럼 갈수록 심화되는 서울-지방간 디지털 격차에 정부도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무선인터넷 등 새로운 서비스가 출현하면서 서울-지방간 디지털 격차는 더욱 심화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디지털 강국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한 숙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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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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