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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경제사령탑' G20을 향한 제언-제프리 삭스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 FT 기고

[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지난 주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렸던 G20(주요 20개국) 회담에서 이끌어낸 가장 중요한 성과 가운데 하나는 바로 G20을 G7 및 G8을 대체하는 글로벌 경제협의기구로 격상시킨 점이다. 많은 이들은 글로벌 경제패권이 선진국 중심에서 신흥국으로 옮겨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저명한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 대학 교수는 2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를 통해 바통, 즉 주도권을 잃은 것은 G7(주요 선진 7개국)이나 G8(선진7개국+러시아)이 아닌 바로 G1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G1은 지구상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이자 세계 최대 경제 대국 미국을 의미한다. 즉 이번 G20회의가 갖는 진짜 의미는 미국이 갖던 글로벌 패권의 퇴조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삭스 교수는 기고를 통해 미국이 주도권을 잃어가는 국제 사회에서 G20의 역할과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 주도권 잃은 미국

약 25년 전부터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은 이미 약해지기 시작했지만 이는 소비에트 연방의 몰락, 미국 주도의 IT기술 혁명 등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 이 두 사건은 모두 미국의 경제적 지위를 강화시켜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이 삭스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첨단기술 등은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국가들에게 빠르게 퍼져나갔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삭스 교수는 또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미국 내 문제로 더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저조한 저축률, 갈수록 심화되는 소득 불균형, 낮은 교육 성취율, 조세저항 등이 불충분한 공공투자와 만성적인 재정적자, 정치적 부패, 기업들의 불법 행위, 이익단체들의 과도한 영향력 등의 문제를 일으켜왔다는 것이다.


삭스 교수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그 세력들은 미국을 ‘신 로마’ 제국이나 되는 것처럼 착각했지만 해외에서의 군사적 실패, 금융과 환경 영역에서의 규제 철폐, 부유층에 대한 감세 등의 정책들은 미국을 크게 약화시켰다”고 꼬집었다.


◆G20, '경제 사령탑' 대안 될까


이 같은 국제사회 지형도에서 삭스 교수는 G20에 대해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G20을 ‘새로운 문제 해결사(new problem-solver)’라고 표현한 뒤 “현재로서는 집단적인 대응(collective action)만이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삭스 교수는 집단적인 대응을 도출해 내거나 이를 지속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는 사실도 간과하지 않았다. 20명의 정상이 하나의 큰 그룹을 형성한다. 문제는 세부계획이 아니라 집단의 존속 그 자체에 있다. ‘이처럼 큰 집단이 무임승차나 분열 없이 공익을 추구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비관론적인 입장에서 그 대답은 당연히 ‘노(no)’다. 미국 보수주의자들은 개발도상국가들을 ‘정치적으로 부적합한 집단’ 혹은 ‘이단자’ 정도로 여긴다. 유엔총회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감동적인 연설 직후 있었던 리비아 국가원수 무아마르 카다피의 황당한 95분간의 연설은 미국 보수주의자들의 우려를 확인시켜주는 꼴이 됐다.


그러나 삭스 교수는 런던과 피츠버그에서 열렸던 G20회의의 양상은 카다피의 돌출행동과는 완전히 달랐다고 강조했다. G20정상들은 통찰력을 갖고 이성적인 태도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삭스 교수는 “부시 전 대통령이 다른 나라 정상들을 무시하고 가능한 빨리 도망치려고 했던 것과 달리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공조하고 싶다는 뜻을 무게감 있게 전달했다”고 칭찬했다. 또 다른 나라들도 실을 미국의 성공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G20의 세 가지 과제


삭스 교수는 G20이 누누이 강조한 것처럼 “우리는 아직 숲을 완전하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서술했다. 이는 경기나 금융권 회복 속도가 미약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또 일부 국가들이 세계를 위협하고 있어서도 아니다.


삭스 교수는 “문제는 많은 국가들이 빈곤과 배고픔, 환경변화로 시름을 앓고 있다는 것, 또 모든 G20 국가들이 에너지 고갈, 통제 불능의 금융시스템, 식량문제, 수자원 부족, 기후변화, 재정적자 부담 등 21세기형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취약한 정치 기관들을 떠안고 휘청이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G20이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세 가지 핵심 문제들을 거론했다. 한 가지는 G20이 다루지 못하는 국가들에 관한 것이다. 비록 예전 G8이 9억 명의 세계인을 대표한데서 G20은 42억 인구로 대폭 확대됐지만 고통 받고 있는 26억 명의 사람들을 남겨 놓고 있다. 이들을 껴안는 것은 주요 글로벌 이슈를 해결하는데 핵심적인 일이라고 삭스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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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G20이 유엔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G20이 주요 글로벌 경제협의기구로 떠오르긴 했지만 입법 및 조약 조인 권한이 없고 오직 유엔만이 해당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것이 원인이다. 삭스 교수는 세 번째로 G20은 에너지 안보, 기후 변화와 금융 규제 등의 영역에 있어 전문화를 추진, 문제해결 능력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을 거론했다.


삭스 교수는 “지난 해 G20의 공조가 경제위기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됐지만 아직까지 금융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지속가능한 회복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지 못했다”며 “G20 체제는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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