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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수험생 '올해는 더 괴롭다'

응시자는 늘어났苦… 경기는 나빠지苦… 신종플루 불안하苦


수학능력시험이 47일 남은 지난 26일 신촌의 한 재수생 전문 입시학원. 토요일 저녁인데도 자습실에는 수십 명의 학생들이 책상에 앉아 꿈적도 하지 않고 있었다. 빈자리 하나 없이 교실을 꽉 채운 학생들. 교실 여기저기 수북이 쌓여있는 책들이 넘어질 듯 말 듯 위태로워 보였다.

해가 저물어 창 밖은 어두웠지만 교실 안은 형광등 불빛으로 더욱 환히 빛나고 있었다. 적막이 흐르는 교실엔 '또각또각' 학생들의 펜소리만 들렸다. 한 학생이 고개를 뒤로 젖히고 깍지 낀 팔을 앞으로 뻗으며 짧은 신음을 토했다. 지친 눈의 피로를 풀려는 듯, 눈을 비비더니 안경을 고쳐 쓰고 다시 펜을 집어들었다.


오후 9시 45분. 학원 심야교습을 금지하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학생들은 보던 책을 덥고 학원을 나설 준비를 한다. 10시가 되자 학원의 모든 불이 꺼졌다. 학원 밖으로 나온 학생들은 근처 편의점으로 들어가 간식을 사먹으며 잠시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피로를 푼 학생들이 향한 곳은 근처 독서실이었다.

이 학원의 원장인 김모씨(41)는 "예년과 다르게 이번 2010년은 고3 수험생들은 물론 이들 재수생들에게도 매우 힘든 해"라고 말했다. ▲전년보다 15%나 증가한 수능 응시자 수와 ▲경기불황 속 재수생들의 경제적 부담 ▲시험이 임박한 시점에 신종플루로 인한 재학생들의 학습 공간 제약으로 인해 수험생들은 이번 입시에 더욱 부담을 느끼고 있고 전했다. 이른바 '2010년도 수험생 3중고'다.


김씨는 "재수생이 한 해에 지출하는 교육비는 학원비를 포함해 교재비, 식비 등을 합치면 평균 약 1500만원 정도"라고 귀띔했다. 또 "이 비용은 대부분 학부모가 부담하지만 특히 재수생들에게는 이런 사실이 '이번엔 꼭 원하는 대학에 가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수능 응시생이 증가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입시에서 경쟁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학원가는 제2차 베이비붐 세대인 1989~1990년대 출생자가 올해 고3 수험생이 되는 해라는 점을 응시생이 급증한 원인으로 꼽았다.


1988년은 올림픽 이후 몇 년간 경기 호황을 맞아 경제 낙관론에 힘입어 결혼 인구가 늘어나 자연인구 증가가 높아졌던 시기였다. 따라서 향후 2년 동안은 예년보다 수능 응시생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3일 치러진 9월 평가원 모의고사의 난이도가 어렵게 출제돼 학생들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돼 있었다.


한 고3 수험생은 "보통 9월 모의고사 난이도가 그 해의 수능 난이도라는 것이 정설인데 이번 모의고사가 너무 어려웠다. (올해 수능시험이) 지난 해 난이도에 맞춰질 것이라고는 하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것"이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서태욱 대학생명예기자 1기 Editor_seo@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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