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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① "-20kg=단식+우울증+악몽+불면증-운동"(인터뷰)


[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김명민이 사라졌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성공을 자축하는 술자리에서 만났던 김명민과 영화 '내 사랑 내 곁에'의 개봉을 앞두고 다시 만난 김명민은 다른 사람이었다.


탄탄한 근육질의 건장한 남자는 그새 비쩍 마른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사라진 20kg의 무게를 절반가량 되찾았으나 눈에 띄게 푹 들어간 볼은 굵은 에너지로 충만해 있던 예전의 생기를 잃은 상태였다.

아시아경제신문과 만난 김명민의 목소리에는 목욕탕을 쩌렁쩌렁 울리는 듯한 공명의 폭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시냇물처럼 조심스럽고 조용한 목소리는 인터뷰가 끝나갈 즈음에야 겨우 활기와 생기를 되찾고 있었다.


◆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영화 '내 사랑 내 곁에'는 루게릭병에 걸린 남자의 처절한 사투와 눈물겨운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제작사는 '너는 내 운명' '그놈 목소리'에 이은 박진표 감독의 휴먼 3부작이라고 하지만 '죽어도 좋아' '너는 내 운명'과 함께 보면 '죽어도 너는 내 사랑' 3부작으로 부를 수도 있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하얀 거탑' '베토벤 바이러스'로 칼날처럼 예리하고 지독하게 성실한 연기를 선보인 김명민은 '내 사랑 내 곁에'에서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을 했다. 실제로 루게릭병에 걸린 환자처럼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변화시킨 것이다. 그 속에는 이순신도 장준혁도 강마에도 없다. '내 사랑 내 곁에'에 우리가 알던 김명민은 없다. '내 사랑 내 곁에'의 뚜껑을 여는 순간,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불멸의 이순신'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습니다. 사극을 해본 적이 없으니 안 어울릴 것이라는 의미였죠. '불멸의 이순신'이 끝났을 때는 그건 성공했어도 앞으로 이순신에 갇혀 살 것이라고 제게 말했습니다. 이제 현대극은 안 어울릴 거라는 말도 있었죠. '하얀 거탑'으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죠."



◆ "나는 살고 싶다"


배움의 길이 끝이 없듯, 배우의 길도 끝이 없고 김명민의 연기 또한 '궁극'이라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다른 배우들에게 궁극에 가까운 교훈을 주는 경이로운 배우라고 말할 수는 있다. '내 사랑 내 곁에'에서 그가 루게릭병에 걸린 백종우 역을 만들어간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설명은 충분하다.


"출연 제의를 받고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패닉 상태에 빠졌습니다. 단순히 자신감이 없다고 하기엔 그 자체가 고통스러웠습니다. 살인적인 감량을 해야 하는데 사전에 몸무게를 맞춰서 촬영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시작하면서 끝날 때까지 극중 인물과 똑같이 빠져야 하는 것이었으니까요. 촬영 전 20kg을 다 빼고 그 상태 유지하면서 촬영한다고 했으면 더 쉬웠을 겁니다."


시간 순서대로 촬영하는 박진표 감독의 스타일대로 '내 사랑 내 곁에'는 점점 살이 빠져가는 백종우의 모습을 그린다. 김명민 역시 3개월씩 조금씩 살을 빼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정중히 거절했다. "이런 걸 해낼 수 있는 역량의 배우가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그는 "이 작품 하나 하고 죽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어느새 스태프들은 모두 그가 출연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운명을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죽고 싶었습니다. 이걸 하면 악몽을 꾸고 죽을 것 같은데 왜 이분들은 몰라주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 백종우, '너는 내 운명'


김명민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며 "정말 못 하겠다고 안 하겠다고 했는데도 하게 된 걸 보면 할 사람은 정해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단기간에 20kg을 감량하는 것은 박진표 감독이 보기에도 불가능한 프로젝트였다. 김명민에게는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을 받을 테니 어느 정도 빼면 그 이상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촬영을 시작하자마자 김명민이 10kg을 감량했을 때 CG의 도움은 더 이상 필요가 없었다.


18일 만에 10kg을 뺀 김명민은 온몸의 근육이 마비되는 루게릭병 환자로 변신하기 위해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질 몸매를 모두 지워야 했다. 그러나 운동의 도움이 없이 굶는 것만으로 단기간에 살을 빼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일단 선택했으니까 독하게 맘 먹고 해야 했어요. 오늘보다는 내일 더 빼겠다는 생각으로 말이죠. 그런데 악몽을 정말 많이 꿨어요. TV에서 내가 죽는 뉴스를 보는 겁니다. '내 사랑 내 곁에'라는 영화처럼 실제 삶을 살다 갔다는 내용이죠. 내가 루게릭병에 걸려 1년 안에 죽는 꿈도 자주 꿨어요."



◆ '모든 배우의 이름은 김명민이다'


김명민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기간에 조금씩 눈에 띄게 체중을 덜어내는 것이었다. 단순히 식사를 굶는 것만은 답이 되지 않았다. 체중감량이 정체되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그는 "받을 수 있는 도움은 다 받았다"며 운을 뗐다.


"우울증에 걸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촬영 중 호텔에서 4개월간 있었는데 방에 빛이 조금도 들어오지 못하게 만들었더니 욕구가 안 생기더라고요. 거기에 불면증에 걸리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어요. 불면증에 걸려야 신경이 쇠약해지고 예민해지고 살도 빠지거든요. 가족들과도 연락을 끊고 살았죠."


촬영을 모두 마치고 10kg 가량 다시 체중을 늘렸지만 김명민의 건강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원래 있던 위장병이 심해진 데다 장 기능이 한동안 정지해 있어서 회복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나 그의 치명적인 노력 끝에 우리는 '내 사랑 내 곁에'를 통해 실제로 루게릭병과 투병하는 환자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완벽한 캐릭터 몰입을 위해 연기를 한다"고 말하는 그는 주위의 칭찬에도 "맡은 바 열심히 노력하고 성실한 배우라는 점에서 높이 사는 것 같다"고 겸손해 했다. 뛰어난 연기력이 선천적인 재능에서 기인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전혀 없진 않겠지만 많은 것 같지는 않다"며 "그래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후천적인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명민이 연출하는 경이의 순간은 아마도 하루 세끼 밥을 먹듯 볼펜을 입에 물고 발성연습을 하는 성실함에서 기인할 것이다. '내 사랑 내 곁에'는 어떤 배우가 좋은 배우인지 묻는 질문에 대한 김명민의 대답이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사진 이기범 기자 metro83@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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