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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P는 정말 냉정했나


[아시아경제신문 이혜린 기자]13일 2PM의 팬 1500여명이 뭉쳤다. 뭉쳐서,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고 서울 청담동 JYP 사옥 앞에서 침묵 시위를 벌였다. 요구사항은 리더 재범을 되돌려 달라는 것이다.


JYP는 진퇴양난이다. 자살 청원까지 벌이던 악플러를 피했더니,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 소속사라고 비난하는 팬들이 버티고 섰다. '제2의 유승준'이라며 절대 용서 안 해줄 것 같더니, 그를 껴안지 못했다고 원망이다.

달력을 지난 5일로 돌려보자. 재범이 지금처럼 '가련한 피해자' 포지션에 설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순식간에 미국에서 나고 자라 한국을 무시했던 '외국인'이 됐고, 성격 급한 몇몇 언론은 '제2의 유승준'이라고까지 지칭했다.


소속사는 이례적으로 발 빠르게 대처했다. 재범이 팬 카페에 올린 글을 통해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했으며, 소속사도 그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문을 올렸다. 일각에서는 기자회견의 필요성도 제기했지만, 4년 전 마이스페이스에 올린 글로 기자회견까지 한다는 것은 다소 '오버'라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었다.

JYP와 재범을 크게 '압박'한 것은 그날 새벽 2PM의 다른 멤버들에게까지 쏟아진 원색적인 비난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멤버 우영이 미니홈피에 '2PM은 하나'라고 쓴 것을 두고도 일부 네티즌은 '재범과 한 통 속'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격렬한 반응은 언론에 의해 '국민 전체의 여론'으로 보도됐고, 재범은 '나로 인해 JYP 전체에 피해를 준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당시만 해도 온라인 상에는 '재범을 용서한 JYP'에 대한 반감이 상당수 존재했었다.

소속사와 재범이 사건 발생 4일만에 2PM 탈퇴에 동의하자 여론은 급변했다. 그럴 필요까진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양측이 2PM 탈퇴를 결정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여론이 재범에게 우호적이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아마도 네티즌은 재범의 이미지에 더 흠집을 낼만한 자료를 찾아내면서 JYP를 압박했을 것이다.


JYP로서는 최대한 빨리 재범과 국내 대중을 '분리'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을 만큼 극단적인 궁지로 몰아넣고, 이제야 소속사가 냉정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그 4일간 상황을 방관했던 팬 및 일반 대중이 지나치게 결과론적으로 생각한 것이다. 이렇게 금방 여론이 좋아질 줄, 누군들 예측했겠나.


지난 13일 2PM의 팬들은 그동안 고이 간직했던 2PM의 CD까지 반환하며 JYP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당장 2PM 관련 상품을 보이콧하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이다. 해외 동포 팬들은 미국에 진출한 원더걸스까지 걸고 넘어졌다.


그러나 이는 '감정싸움' 밖에 되지 않는다. 어차피 일은 벌어진 상황. 오히려 JYP를 적극 지원하며 재범의 향후 계획 등에 힘을 보태야 한다. 겨우 4일 만에 재범을 '쫓아냈다'고 성을 내는 팬들이 또 겨우 3일 만에 소속사 보이콧을 선언하는 것은 피차 성격 급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결론이 나온다.


실력 행사 등을 통해 JYP를 '함락'시켜, 재범을 돌아오게 하는 것은 JYP에게도, 팬들에게도, 무엇보다 재범에게도 그리 '좋은 그림'은 아닐 것이다.

이혜린 기자 rinny@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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