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종목블랙박스]사라진 '金'반지

'100일은 반돈, 돌은 한돈.'


꽤 오래 된 이 돌잔치 선물 공식이 언젠가부터 무너졌습니다. 돌잔치를 하는 것조차 눈치가 보일만큼 각박해진 인심을 외면하고 돌잔치를 하더라도 이제 금(金)반지를 갖고 오는 하객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봉투에 현금을 넣어오거나 예쁜 옷으로 반지를 대체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금값이 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 국제 금가격이 온스(28.35g)당 1000달러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3일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가격은 19.20달러 오른 온스당 997.70달러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 2월23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종가 기준으로 금값 사상 최고치는 2008년 3월의 온스당 1014달러였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순금 가격도 3.75g(한 돈쭝)당 18만원으로 뛰었습니다.(웬만큼 친하거나 재력이 있지 않고선 돌반지를 할 엄두가 나지 않는 가격입니다.)


미국 달러화 약세와 경기 회복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안전자산인 금으로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다소 진정국면을 보이던 금값이 다시 뛰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는 것도 대체수단으로서 금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일각에서는 금값이 연말에는 온스당 1200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금값이 글자 그대로 금값인 시대를 살고 있지만 사실 일반인들이 금에 직접 투자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거래비용이 너무 비쌉니다. 사려면 부가가치세를 따로 내야 합니다. 팔때는 시세보다 더 저렴하게 팔아야 하니 웬만한 수익률로서는 거래비용도 충당하기 힘듭니다.


이런 상황을 활용해 은행권에선 각종 금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달러로 금에 투자하는 상품, 적립식으로 금에 투자하는 상품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이같은 금융권의 금관련 상품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꿈을 먹고 사는 시장'인 코스닥에도 역시 금값에 연동된 투자를 하는 사람들과 종목이 있습니다.


바로 금 테마주와 이에 투자하는 사람들입니다. 증시의 금 관련 테마 역사는 꽤 오래됐습니다. 2001년 일제가 남기고 간 보물선을 인양한다는 재료로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삼애실업, 러일전쟁때 침몰한 러시아 보물선 돈스코이호를 발굴한다며 급등했던 동아건설 등이 원조였습니다. 당시 수십배씩 폭등했던 이들 종목은 결국 상장폐지됐습니다.


이후 잠잠하던 금이 증시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금값이 1차 폭등을 시작한 2007년이었습니다. 마침 석유 등 해외자원개발을 하겠다며 나섰던 기업들이 바람잡이까지 해줬습니다. 주 무대는 지하자원은 많지만 아직 제대로 개발이 안된 몽골과 중앙아시아 '스탄' 계열의 국가들이었습니다. 우리 민족의 기원을 설명할때 등장하는 '알타이'란 말에 금(金)이란 뜻이 들어있고, 이 지역에 금이 많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을 것이란 그럴싸한 얘기도 나옵니다. (알타이는 '금으로 된 산'이라는 뜻으로 중국어로는 진산(金山)이라고 합니다.)


아직 이 금산(金山)에서 '노다지'를 발견해 돈을 긁어모으고 있다는 소식은 없지만 금값이 오를때마다 이 지역에 진출해 금광개발을 하고 있다는 기업들 주가는 춤을 춥니다.


코스닥상장기업 중 몽골과 중앙아시아 지역에 진출해 금광개발을 하고 있는 기업은 IT 중견기업인 한성엘컴텍, 엠케이전자가 있습니다. 한성엘컴텍은 신규 수익원 확보를 위해, 엠케이전자는 부품 원료 확보를 한다는 목표입니다.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자랑하는 이들은 요즘엔 금 테마주로 묶이는 것을 꺼려하고 있습니다.


올 들어서는 애강리메텍, 코코엔터프라이즈 등이 금값에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디브이에스 디아이 알에스넷(옛 위디츠) 지앤이(옛 아이메카) 이앤텍 등도 금값 얘기만 나오면 관심이 집중되는 종목입니다.


하지만 이들 중 코코(순손실 70억원) 디아이(31억원) 지앤이(107억원) 이앤텍(80억원)은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애강리메텍이 지난해 11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흑자전환한 것을 제외하면 그나마 흑자를 기록한 기업들의 흑자규모도 크지 않습니다. 2007년 80억원 순손실에서 지난해 21억원 순익으로 흑자전환한 디브이에스의 경우, 유보율이 아직 마이너스(-2.90%)입니다. 그만큼 기초체력이 취약하다는 얘기입니다.


지난 3월 인도네시아 금광개발을 위한 시험 생산설비를 가동했다고 밝힌 이앤텍은 시간당 800톤(t)의 원석을 처리할 수 있는 생산설비를 추가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시 생산설비 구축완료시 월 평균 약 700kg의 금을 생산, 올해 2030억원의 매출로 630여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겠다는 거창한 포부도 발표했습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이앤텍은 주가는 고점대비 약 1/7 토막이 난 상태입니다. 금광개발을 재료로 3월13일 2050원까지 갔던 이앤텍은 지난 주말 290원으로 마감됐습니다. 지난달 28일에는 2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청약률 제로(0)로 실패하기도 했습니다.


금 테마주, '노다지'일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신기루'가 될수도 있습니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