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슬 선박대금 못주겠다 버티고
팔자니 원가격 절반에도 못미치고
한진중공업이 '이리슬(IRISL) 딜레마'에 빠졌다.
돈을 받지 못한 선박을 팔아 본전이라도 되찾을 생각이었는데 판매 예상가격이 원래 계약가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칫 판매가격이 신조 가격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지난 2005년 이리슬로부터 수주한 4척의 6500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중 건조한 3척을 강제 처분키로 하고 지난달 매물로 내놨다.
이리슬측이 척당 1억달러에 달하는 건조대금중 40% 정도만 지급한 후 10개월 동안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처분을 단행하게 된 것이다. 한진중공업의 의도는 실제 매각이 아니라 이리슬측을 압박하기 위한 목적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리슬측도 한진중공업에 남은 건조대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매각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터졌다. 예상 판매가격이 터무니없이 낮다는 것이다. 조선 및 해운업계는 컨테이너 해운시장이 여전히 극심한 침체기를 지속하고 있어 제값을 다 주고 선박을 구입할 선사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이로 인해 매각 대금이 척당 최대 5000만달러를 넘기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출혈을 감행하고 선박을 내다 팔기에는 너무 아깝다.
더 큰 문제는 선박 판매가격이 신조선가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업계에서는 한진중공업의 해당 3척의 매각이 성사될 경우 이는 포스트 파나막스(Post Panamax, 폭 32.2m 이상)급 컨테이너 선박의 표준 선가로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선박 인수를 포기한 이리슬과 출혈 가격으로 판매한 한진중공업은 물론 최근 1년간 컨테이너선 발주가 전무하다시피한 조선업계에 또 다시 가격 파괴라는 도미노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놓고 '재앙'이라는 단어까지 쓰고 있다.
해운조사 전문기관인 로이드 리스트도 "컨테이너 시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한진중공업의 냉혹한 결정이, 자칫 컨테이너선 가격의 폭락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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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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