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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의 신용등급 상향전망, 허 차관의 능숙한 영어솜씨 ‘한몫’


허경욱 기획재정부 차관은 평소 자신을 가리켜 ‘From Policy to Sleeper’라는 표현을 종종 쓴다. 외국과의 협력을 위해 국제회의는 물론, IR로드쇼에 자주 참석해야 하는 업무가 많고 해외출장도 잦아 외국에 나가면 영어식 협상논리를 만드는 것부터 잠자리를 챙기는 것까지 스스로 다 해야 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허 차관은 한국말보다 영어를 편하게 말하는 몇 안 되는 관료로 평가받는다. 줄곧 국제금융국에 근무했으며 거시경제의 흐름을 보는 눈이 탁월하다. 한국담당 외국인애널리스트들에게 논리에 맞춰 한국경제 동향을 유창한 영어로 설득력 있게 설명하기 때문에 허 차관으로부터 들은 한국경제동향을 분석보고서에 그대로 전재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 국제금융과장 시절에는 일찌감치 국가IR의 중요성을 인식해 월가 사람들에게 e메일을 통한 한국 설명회를 갖기도 했다. 올 해 들어 수차례에 걸친 해외 IR에 허 차관의 한국경제 회복에 대해 역설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가 지난 2일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부정적(Negative)'에서 '안정적(Stable)'으로 상향 조정한 배경에는 허 차관의 이런 ‘능력’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8월 피치가 각국의 신용등급을 조정하는 등급회의를 연다는 첩보를 인수한 후 당시 휴가를 중이던 허 차관이 급히 홍콩으로 가 한국경제의 진전된 상황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에서 골드만삭스 등 현지 투자은행(IB)과 피치 홍콩본부의 제임스 매코맥 아시아ㆍ태평양 국가신용등급 책임자 등과 직접 면담했다. 당시 허 차관은 능숙한 영어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경제 회복 속도가 가장 빠른 점을 부각시키는 것과 동시에 우리정부의 신속한 위기대응정책과 결과를 설명했다.


허 차관과 동행했던 재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 쪽에서 적지 않게 우려했던 북핵 실험, 후계 문제에 따른 북한 리스크에 대해서 피치쪽에선 크게 문제를 삼지 않았다”며 “오히려 노사관계, 정부의 재정정책 기조, 금융시장 안정 등 경제 체질에 대해 더 궁금해 했다”고 밝혔다.


허 차관은 쌍용자동차 파업 사태가 타결, KT 등이 민주노총의 탈퇴 등 경직된 노사문제가 풀려나간 내용들을 소상하게 설명했다. 여기에 당초 예상인 2.3%대보다 높은 2분기 성장률 전망치, 경상수지 흑자전환, 외환보유고의 점진적 증가 등 한국경제의 회복 시그널을 상세하게 밝혔다.


피치측에서도 지난해 9월 리먼사태 이후 위기극복을 위한 정부의 노력, 거시경제지표와 외화유동성 개선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게 됐다.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선제적 추경편성, 한미통화스왑, 외평채 30억 달러 발행, 은행의 해외차입에 대한 정부지급 보증 조치 등 정부의 신속한 정책에 대한 긍정적인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허 차관의 홍콩 방문 결과는 한 달 뒤 통보된 한국의 신용등급 상향전망이라는 피치의 공식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이규성 기자 bobo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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