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가 대유행으로 번지기 직전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정부는 예방에서 조기치료로 방향을 틀고 비축하던 치료제를 풀기 시작했다. 연말 쯤 공급될 백신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나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조언들은 시민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지나친 걱정은 금물'이라면서도 '안심하면 안된다'는 상반된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다. 이 시점에서 신종플루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감기증상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걱정도 안심도 하지 말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본다.
◆"사회적 문제지 개인에겐 그저 독감일 뿐"
신종플루가 일반 계절성 독감과 다른 점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영향'에 있다. 계절독감은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접종하기 때문에 대규모 유행으로 번지지 않는다. 또 독감에 걸렸다해도 개개인이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가에 대한 경험도 많아 별 문제가 안된다.
반면 신종플루는 말 그대로 '새롭게' 나타난 질병인 만큼 백신도 없고, 걸려본 사람도 드물다. 때문에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가진 사람이 없다. 예를 들어 독감에 걸린 학생이 교실에 1명 있다면 보통 2∼3명이 옮아 독감을 앓게 되지만, 신종플루는 이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전염될 수 있다. 사회적으로 보면 수십만, 수백만 명이 짧은 기간에 동일한 질병을 앓을 수 있다는 것이며, 환자수가 많은 만큼 사망자나 입원환자 수도 그만큼 많다. 이는 사회경제적 손실과 의료시스템의 혼란을 줄 수 있으니 정부가 나서 '무조건' 막아야 하는 위기상황인 셈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보면 신종플루는 일반독감과 같은 종류의 질병을 의미한다. 물론 바이러스 변종으로 증상이 심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현재 시점에선 다행히도 같은 증상과 유사한 사망률을 보이기 때문에 동일한 질병으로 바라봐도 된다. 즉 본인 혹은 주변인이 신종플루나 신종플루로 의심되는 증상을 보인다면, 일반적인 독감 대응원칙을 따르면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신종플루는 독감에 비해 전파력이 빠르므로(항체를 가진 사람이 없으므로) 이 질병을 전염시키지 않도록 하는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젊은 사람이 왜 더 위험한가
신종플루와 계절독감이 다른 점이 하나 더 있다. 계절독감 사망자는 90%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이지만 신종플루의 주감염자층은 10∼20대가 70∼80%로 많고, 사망자도 노인보다는 젊은 층에 몰려있다.
이유는 잘 모른다.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더 '독해서'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스페인 독감'과 연결시켜 분석한다. 50대 이상의 경우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 후손들에 접촉했을 가능성이 크고, 때문에 스페인 독감과 유사한 최근의 신종플루에도 어느정도 '항체'를 갖게 됐을 것이란 설명이 가장 설득력 있다고 한다. 실제 미국질병관리통제센터(CDC) 분석에 따르면 65세 노인의 33%가 항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어린이들은 0%였다.
◆감기증상이 생긴다면 이렇게
본인이나 주변 사람이 감기증상 즉 열이 나거나 기침, 콧물, 두통, 오한 등이 생기면 당황하지 말고 근처 병원을 찾는다. 정부가 신종플루 거점병원을 지정했으니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www.cdc.go.kr)를 참조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일반 동네병원을 가도 된다. 보건소는 중증환자를 담당하므로 보건소부터 찾지는 않는다.
정부가 정해준 '고위험군'에 속하지 않는다면(표 참조), 의료인은 일반적인 대증요법(두통약, 해열제 등)을 시행한다. 하지만 원인이 감기인지 계절독감인지 신종플루인지 알 수 없는 상태이므로, 최대한 바이러스를 옮기지 않도록 주의하며 휴식을 취한다. 이 후 증상이 변하는 상황에 따라 병원을 다시 찾거나 더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할 것인지 첫번째 진료를 본 의료인과 결정하면 된다.
가족들은 환자를 개인 방에 머물도록 하고 되도록 접촉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간호법 즉 손을 잘 씻고 습도를 유지해주며 환기를 자주 하는 방법을 따른다. 세면대나 수건 등도 따로 사용한다. 만의 하나 신종플루 환자일 경우라면 가족들에게 잘 전염될 수 있으니, 환자를 돌보기 위해 방에 들어갈 땐 환자와 가족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다.
◆타미플루 꼭 먹어야 하나, 마스크는?
타미플루와 리렌자 등 독감치료제는 정부가 엄격한 사용기준을 정해 놓은 약이다. 오남용은 바이러스 내성을 증가시킬 위험도 있다. 부작용 역시 만만치 않으니 쉽게 볼 약도 아니다.
투약기준은 '의학적 필요성'에 근거해 만들어졌다.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은 의학적으로 치료제가 불필요한 사람들이다. 충치치료에 전신마취가 필요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가지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WHO에 따르면 신종플루 사망자의 40%는 고위험군이 아니었다. 즉 정부가 정한 기준에 속하지 않아도 사망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일반 독감과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때문에 WHO는 우리 정부와 달리 숨이 차거나 흉통, 가래에 피가 섞인 환자, 탈수증상, 입술이 파래지는 증상 등에도 타미플루 처방을 권고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 사망자도 고위험군이 아니라 타미플루 처방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폐렴이 오면서 사망한 사례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런 '증상이 악화될 소지가 높은' 환자에게도 약을 쓰도록 기준을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투약기준에 속하지 않는 사람도 타미플루를 처방 받을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엔 정부가 무상으로 공급하는 약이 아닌, 일반 유통용(예전부터 유통중이던 물량)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 조제료 등을 제외한 약값만 3만원이 조금 안된다(타미플루 5일치 10캡슐). 하지만 굳이 필요없는 사람들까지 약을 먹게 되면 그만큼 시중 물량이 부족해지고, 정작 필요한 사람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마스크는 두 종류가 있다. 일반적인 마스크와 N95라는 특수제품이다. 의료진 등은 시술이나 검사를 위해 N95를 사용하지만 보통 사람들에겐 굳이 필요없다. N95는 가격도 비싸며 제대로 착용하면 숨쉬기도 힘들다.
감기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외출시 반드시 일반 마스크를 착용한다. 하지만 예방목적에서 항시 착용할 필요는 없다. 마스크가 예방에 어느정도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증거도 불충분하다.
독감은 거리에서 환자와 스쳐지나가며 전염되는 병이 아니므로 일반 상황에선 마스크 착용이 필요없다. 다만 지하철, 엘리베이터 등 밀폐된 공간에서 환자를 만나게 된다면 감염위험이 증가하므로 휴대하던 마스크를 쓰면 된다. 역시 일반용이면 된다.
도움말 및 자료 : 김우주 고려의대 교수(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www.cdc.go.kr), 보건복지가족부 홈페이지(www.mohw.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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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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