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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의 '위기탈출 라면' 아시나요

비상상황 최소원료 테스트용 제작...손욱 회장 '유비무환 경영' 엿보여


밀가루, 소금, 고추가루로만 만든 라면은 있다? 없다? 정답은 '있다'다. 바로 '라면'하면 떠오르는 대표회사 농심에서 만든 라면이다. 이는 시판되는 제품이 아니라 비상상황을 대비해 농심에서 테스트용으로 제작한 라면이다.

농심의 위기관리 대처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농심은 최근 진행된 정부의 을지훈련에 맞춰 지난 17일 비상사태에 대비한 자체 훈련을 실시했다. 이 훈련은 테러와 천재지변 등 국가 비상사태시 생산, 배송, 운영 계획을 수립하고 점검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됐다.


농심은 이번 훈련에서 비상시 원료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를 상정하고 비상용 라면을 테스트 제작했다. 이 제품은 라면의 핵심 요소인 면을 밀가루만으로, 스프를 소금과 고추가루만으로 구성했다. 맛과 영양보다는 비상시 구호식품 개념의 라면인 것이다.

현재 농심 대표 라면인 '신라면'의 면은 밀가루 외에도 전분, 칼슘, 야채추출물, 정제염, 알칼리제, 비타민 성분 등 10여종의 성분이 들어 있으며 스프는 정백당, 볶음양념분 , 간장분말 , 조미소고기분말 , 조미양념분 , 마늘베이스 , 분말된장, 후추가루, 건표고버섯, 건당근, 건고추 등 50여가지로 구성된다.


농심 관계자는 "이 라면을 시식한 생산ㆍ영업 부문 임원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라면의 맛과는 완전히 다르지만 그런대로 먹을만 하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말했다.


이처럼 농심은 올해 경영 키워드를 '장수식품', 그리고 특히 '위기경영 체제 확립'으로 정하고 위기에 대한 응급처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이는 손욱 농심 회장의 "평상시에 대비 해야 비상시에 당황하지 않고 대처해나갈 수 있다"는 확고한 '유비무환(有備無患)' 경영철학에서 비론된 것이다.


'위기관리 사령관'으로 불리는 손 회장은 지난해 취임과 동시에 1순위로 위기관리팀을 만들었다. 현재 기업에게 있어 중요한 것이 바로 위기에 대한 대처능력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또 손 회장은 회장실 바로 옆 방에 상황실을 만들고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매뉴얼 작성을 지시했다.


올들어 지난 3월에는 군에서 하는 CPX훈련과 마찬가지인 식품안전 종합상황훈련을 불시에 진행했다. 사전에 정보를 주지 않은 채 소비자를 공장에 몰래 침투시키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역량을 키우기 위한 훈련였다. 이어 5월 재난방재 훈련을 거쳐, 이달에는 전시비상사태에 대비하는 훈련을 실시한 것이다.


특히 농심은 손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순번을 정해 매달 한 번씩 40여분간 콜센터에서 고객들 전화를 직접 받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시행한 지 벌써 1년이 지난 이 제도는 고객 신뢰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이같은 손 회장의 위기관리 경영은 바로 실적으로 나타났다. 농심은 올 상반기 글로벌 불황 속에서도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3개 부문에서 모두 두자릿수 증가한 호성적을 거뒀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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