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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前대통령서거] 망명 중에도 광주 생각한 고인

美 망명 중 참석한 5.18추도식서 직접 작성한 추도사




"오늘 여기 먼 이국땅에서도 당신들의 죽음을 추모하는 우리 겨레가 당신들의 거룩한 죽음이 있은지 3주년이 되는 이날을 그대로 넘길 수 없어서 여기 모였습니다"

지난 2006년 5월 광주항쟁 26주년을 맞아 공개된 한 추도문이 광주 시민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미국 망명 중임에도 불구하고 광주의거 희생자 3주년을 기념해 직접 추도사를 작성했고, 추도사에 광주에 대한 고인의 깊은 애정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1983년 5월22일 오후 7시 프랜시스 하몬드 고등학교에서 워싱턴 교포 사회가 주최한 광주의거 희생자 3주년 추도식에 참석한 고인은 직접 작성한 추도사를 눈물 섞인 목소리를 읽었다.


"이많은 분들 가운데서 나는 특별한 감회와 슬픔과 분노를 가지고 이 자리에 섰읍니다"


광주의거가 일어나기 하루 전인 5월 17일, 신군부에 의해 내란음모죄로 체포된 후 2년 7개월만에 석방돼 5.18 민주화항쟁에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었던 애절한 심정이 추도사에 묻어났다.


고인은 중앙정보부 지하실에서 악몽같은 60일을 보낸 후 보안사령부 고위간부가 넣어준 신문을 보고 비로서 광주사태를 알게 됐고 그들의 숭고한 희생에 억울하고 참혹한 옥 생활을 견뎌내기로 다짐했었다.


"한번 죽는 한이 있어도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당신들의 영혼을 배반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세차례에 걸쳐서 찾아오는 보안사 간부에게 타협을 명백히 거절했으며 (중략) 나는 광주 시민과 같이 민주재단에 목숨을 바치겠다는 말로 일축했던 것입니다"


당시 추모식에서 고인의 생전 모습을 한 교포신문은 '김씨는 추도사를 읽으면서 눈물을 흘려 한참동안 추도식이 중단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고인은 눈물을 흘리는데 그치지 않고 피 흘리고 상처받은 광주 시민들을 한의 관점에서 위로하기 시작했다.


"우리 국민은 한의 국민입니다. 오늘 우리의 한은 38년 동안 계속된 조국분단의 한, 건국이래 거듭된 독재정치의 한, 1961년 이래 계속된 군인정치의 한, 경제건설이 소수에게 집중된 빈부 양극화의 한, 그리고 언론ㆍ국회ㆍ사법부 등 민권의 보루가 무력해가고 타락돼 가는 것을 보는 한 등입니다. 광주의거는 이러한 우리의 한을 풀고자 일어섰던 것이며 그 한을 안은 채 좌절된 또 하나의 한의 사건입니다."


이어 고인은 민주주의의 회복과 통일만이 한풀이의 열쇠가 될 수 있다며 광주시민들을 마음을 달랬다.


"여러분의 소원이었던 민주회복과 그에 바탕한 통일에의 전진으로만 근본적인 한풀이 가능한 것이라고 믿습니다. (중략) 우리의 진정한 한풀이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복수에 있지 않고 한을 맺게 한 좌절된 소망의 성취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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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탄압을 피해 외국으로 망명한 신분임에도 상처 입은 광주 시민을 위로했던 고인의 따뜻한 마음이 추도사 글씨 하나, 문장 한줄에 고이 새겨 있어 광주시민과 민주주의를 향한 고인의 애정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볼 수 있다.


이 추도사는 서울 마포구 동교동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 전시되어 있다.

광남일보 이상환 win@gwangnam.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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