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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블랙박스]치킨게임과 대한민국

도로의 양쪽에서 두 명의 경쟁자가 자신의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한다. 두려움에 핸들을 먼저 꺾는 사람이 패자, 끝까지 밀고 나가는 사람이 승자가 된다. 둘 다 꺾지 않는다면? 모두 승자일 수 있지만 결과는 자멸이다.


1950년대 미국의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했다던 '치킨 게임'의 방법이다. 제임스 딘의 영화 '이유없는 반항'에 나오는 절벽으로 자동차를 질주하다 늦게 뛰어내리기,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엄석대가 하는 기차가 달려오는 철도에서 오래버티기 등도 치킨게임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한 쪽도 양보하지 않고 극단적으로 치닫는 게임이 바로 치킨게임의 본질이다. 1950년대에서 1980년대 중반까지 미국과 옛 소련의 군비경쟁, 같은 기간 남북한의 군비경쟁 등이 모두 치킨게임의 대표적 사례들이다. 지난 주말 최종 협상 결렬을 선언한 쌍용차 노사 대결 역시 치킨게임의 극단적 사례다.


위험천만한 도박이고, 양쪽 모두에게 치명적 상처를 줄 수 있는 이 게임이지만 승자에겐 그만큼 달콤한 유혹이기도 하다. 어차피 양보할 수 없는 싸움, 상대방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버틸 수만 있다면 승리의 과실을 오롯이 독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대표기업들이 글로벌 치킨게임의 승자가 됐다는 낭보가 잇다르고 있다. 수출 효자산업인 IT업종이 글로벌 위기 속에서 더욱 선전, 세계시장 점유율을 본격 확대하고 있다고 한다. 반도체와 LCD 등은 세계시장을 독과점할 태세다.


3일 증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D램 세계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26.8%에서 4분기 30%대에 진입한 뒤 올해 2분기 37.2%에 달한 것으로 추정됐다. 하이닉스도 지난해 19~20%였던 시장 점유율이 올 1 2분기 23.8%까지 상승한 것으로 추정됐다. 양사의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60%대를 웃돈다.


이같은 양사의 성과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외국기업들의 몰락과 궤를 같이한다. 한동안 시장점유율 22%대를 유지했던 파워칩, 프로모스, 난야 등 대만 3사는 올해 2분기 13.8%로 거의 반 토막 나다시피 했다. 독일 키몬다는 파산보호에 들어가며 아예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일본의 엘피다와 미국의 마이크론만이 지난해 2분기 8~9%에서 올해 2분기 11%대로 점진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늘리며 국내 양강을 뒤쫓는 형편이다.


치킨게임의 승리 결과는 주식시장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연일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며 70만원대를 훌쩍 넘어섰고, 하이닉스도 1만8000원선을 넘나들며 신고가 행진 중이다.


증권사들도 목표가를 올리며 축포를 쐈다. 삼성전자에 대해선 우리투자증권(목표가 87만원)을 비롯해 하나대투, 신영, 솔로몬(이상 85만원) 등이 80만원대 중후반 목표가를 제시하는 등 '매수' 일색의 보고서를 내고 있다. 하이닉스에 대한 평가도 좋다. 하나대투(2만5000원) IBK(2만4000원) 한화(2만2000원) 등이 2만원 이상 목표가를 제시하며 '매수' 의견을 냈다.


반면 하이닉스는 매수 일색인 삼성전자와 달리 일부 증권사에서 사실상 매도 의견을 냈다. 동부(1만5400원)와 KTB(1만6400원)가 현주가보다 낮은 목표가를 제시하며 보유(Hold) 의견을 낸 것. 실적대비 주가는 여전히 고평가라는 이유를 들었다.


LCD패널 부문에서도 업계가 TV용 시장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삼성과 LG가 세계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금융위기에도 LCD 시장점유율이 작년 1분기 23.5%에서 4분기 28.7%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 2분기 28.6%로 업계 1위를 고수했다. 시장점유율 20% 초반대였던 LG디스플레이도 지난해 4분기에 27.1%로 급등한 뒤 올해 1분기 26.9%, 2분기 26.8%로 LCD 양강 체제를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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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경쟁업체인 대만 업체들은 부진했다. LG디스플레이와 어깨를 겨뤘던 AU옵트로닉스(AUO)는 이번 2분기 15.9%로 1년여 사이 시장점유율이 4%포인트 하락했다. 청화픽처튜브(CPT)는 지난해 2분기 5.1%에서 이번엔 1.8%로 떨어졌다. 치메이옵토일렉트로닉스(CMO)만이 꾸준히 15~16%를 지키며 선방 중이다.


LG전자에 대한 증권사들의 투자의견도 '매수' 일색이다. KTB투자증권이 목표가 20만원을 제시한 것을 비롯해 우리투자, 하나대투, 키움(이상 17만원) 메리츠(16만8000원) 등 대다수 증권사들이 10만원대 후반 목표가를 제시 중이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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