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 20대로 보이는 탈북자 여성 한명이 중국 베이징 주재 한국문화원에 진입해 한국행을 신청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자 잠적한 사건이 발생했다.
예전에 탈북자가 망명을 신청하기 위해 국제학교나 외교시설에 진입한 경우는 있었지만 문화원을 통해 탈출을 시도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원은 법적으로 외교공관이 아니어서 탈북자를 받아들일 수 없도록 돼있다.
하지만 탈북자의 인권 문제 등을 거론하며 인권단체에서 문제를 삼고 있어 사태가 꼬일 공산도 있다.
27일 한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6일과 7일 이틀에 걸쳐 여성 탈북자가 문화원을 찾아가 자신을 한국에 보내달라고 요청했으나 문화원측은 탈북자 보호 권한이 없으므로 대사관이나 영사관에 문의를 하라며 탈북자에게 설명을 한 뒤 돌려보냈다.
한 베이징 주재 한국 외교관은 "문화원은 외교시설이 아니어서 탈북자 협조에는 엄연히 한계가 있다"며 "국제법을 어기고 중국과 외교마찰을 일으키면서까지 탈북자를 도와줄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정 국가의 대사관저나 영사관저 밖은 치외법권 지역이 아니므로 중국 당국의 감독과 지시에 철저히 따를 수 밖에 없다.
외교가 관계자는 "탈북자가 어떻게든 직접 중국 당국의 치외법권 지역으로 들어온 다음에서야 해외공관이 직접 나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에 행방이 묘연한 탈북자 주변에서는 문화원이 탈북자의 요청에 도움을 주기는 커녕 그냥 돌아가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다며 오히려 협박조로 대처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문화원측은 현실적으로 중국 주권을 침해하면서까지 탈북자를 도와줄 수 없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경찰을 부르겠다며 탈북자를 외면한 사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탈북자들의 외교공관을 통한 탈북 시도는 비정부기구(NGO)나 브로커 등의 도움을 받아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 또한 NGO나 브로커가 물밑에서 작업했을 공산이 큰 것으로 보여진다.
외교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탈북자가 충분한 설명을 듣고도 외교공관에 가지 않고 무작정 이틀 연속 문화원을 찾아갔다는 점이나 브로커 등이 여권을 준비해주지 않았다는 점 등 석연치 않은 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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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베이징특파원 don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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