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과 산업은행이 3일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킥오프미팅'(첫회의)을 갖고 본격 논의에 돌입하면서, 이르면 올 하반기에 대우건설 새주인이 결정될 전망이다. 3년만에 초대형매물로 재등장한 대우건설 인수후보는 포스코와 롯데의 양강 구도 속에 해외 사모펀드가 가세하는 모습이다.
2006년 대우건설 매각작업에 참여했던 복수의 M&A업계 고위관계자는 3일 "LG그룹의 불참선언으로 국내기업 중에서는 포스코와 롯데그룹이 유일한 인수후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급순위 6위 포스코건설을 보유하고 있는 포스코는 대우건설 인수시 철강분야와 결합한 해외플랜트 부분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된다. M&A업계에서는 포스코가 대우건설을 인수하면, 주택·플랜트 분야를 분리해 육성한 뒤 향후 분할 매각을 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호그룹의 대우건설 재매각 발표 직후, 앞으로 인수합병(M&A)시 과도한 차입을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자체 자금 동원력이 뛰어난 롯데도 급부상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도급순위 8위 롯데건설을 보유, 대우건설을 인수할 경우 업계 선두권 진입은 물론 해외시장 경쟁력을 기울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롯데건설은 올해 초 대우건설 사장을 지낸 박창규 씨를 대표이사로 영입하기도 했다.
금호그룹의 주채권은행이자 대우건설 매각 공동주간사인 산업은행이 해외 매각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콜버그크래비츠로버츠(KKR)와 블랙스톤 등 해외 굴지 사모펀드들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오비맥주 인수를 진행중인 KKR은 산업은행과 지난 5월 기업구조조정관련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블랙스톤도 국민연금과 공동펀드 설립을 약정하는 등 국내진출을 본격 추진중이다.
다만 건설업종 특성상 사모펀드 참여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대형회계법인 고위관계자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엑시트(투자회수) 해야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경기상황과 밀접한 건설사는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다"며 "사모펀드가 건설사를 인수한 해외사례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대우건설 매각주간사인 산업은행과 노무라증권은 3일 금호그룹 측과 킥오프미팅을 갖고, 공개매각 일정과 매각지분 등 사전작업에 돌입한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인수자로 국내기업 뿐만 아니라 해외사모펀드에게도 문호를 열어두겠다는 입장이다. 매각지분은 금호측의 '39%+경영권'과 채권단의 '50%+1주' 방식에서 접점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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