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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손댔다 지금 하수도서 살아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 젊은 남녀가 모여 앉아 큰 소리로 웃으며 주사위를 던지고 슬롯머신을 당긴다. 대박을 터트린 사람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여기저기서 함성이 터져 나온다. 여기는 라스베이거스, 화려한 카지노의 밤이다.

하지만 현실은 좀 더 남루하고 비참하다. 굳이 도박에 패가망신한 사람들을 떠올릴 필요 없이 카지노로 들어가는 입구에만 서 있어도 알 수 있다. 멍한 표정으로 현금지급기 앞에 줄을 선 사람들, 노숙을 하며 며칠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등 이들에게 카지노는 더 이상 ‘여흥’의 공간이 아닌 목숨을 건 ‘사투의 공간’이다.

◆하수도에 사는 사람들

얼마 전 한 방송에서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하수도망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조명한 적이 있다. 익사 위험마저 감수하며 살고 있는 이들 중 대다수는 도박에 손을 대다 가진 것을 모두 잃은 자들이다. 인터뷰에 응한 한 남자는 “라스베이거스에 놀러왔다가 재산을 모두 날려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하수도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에는 하수도 뿐 아니라 다리 밑, 땅을 파고 사는 사람들도 있고 카지노 뒷 골목에는 노숙자들의 텐트촌이 즐비하다.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가 품고 있는 양면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한국 카지노의 현실은 어떨까?

지난 1998년 세워진 강원랜드는 지난해 1조1493억원의 매출을 올려 창립 10년 만에 경마와 더불어 국내 대표 사행산업의 지위를 꿰찼다. 잠깐 친구 보러 나간다고 집을 나선 주부, 직장에 다녀오겠다고 출근한 뒤 차를 돌린 직장인, 카지노에서 노숙을 하며 가산을 탕진한 사람들이 쓰고 간 돈의 액수가 지난 1분기를 기준으로 하루 평균 20억 원에 달한다. 1분기 동안 전체 카지노 입장객의 숫자는 42만300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카지노 안팎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미국보다 심하면 심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오히려 카지노가 일상적인 오락으로 자리 잡은 미국과는 달리 한국의 경우 카지노의 역사가 짧아 중독성이 그만큼 강하고 이를 대비하는 제도적 장치마저 미비한 실정이다.

◆전당포 주변에 즐비한 주인 없는 외제차들

‘애당초 발을 들인 게 화근’

도박 중독자들이 한결같이 하는 하소연이다. 일산에서 자영업을 하던 전 모 씨(38세)의 경우도 마찬가지. 2006년 도박에 빠진지 3개월 만에 5000만원을 날린 전 씨는 이후 본전생각에 전당포를 전전하다 결국 가산을 탕진하고 말았다. 주변의 지인에게 돈을 빌린 것도 수십 차례. 현재 전 씨는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 고시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패가망신까지는 아니더라도 눈 깜짝 할 새 거액을 날린 경우도 허다하다. 대학생 박 모 씨(27세)의 가족은 올 초 휴양 차 강원랜드를 찾았다 하루 밤 새에 300만원을 잃었다. 박 씨는 “실제 돈이 아니라 칩으로 게임을 하니 돈에 대한 감각이 무뎌졌다”며 “그 안에서 수십만원씩 잃고 벌기를 반복하면 돈이 돈 같지 않아 보이더라”고 털어 놓았다.

지난해 열린 강원랜드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임동규 의원에 따르면 강원랜드 옆에 먹고 자는 노숙자만 2000여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카지노 주변에서 좌석매매나 대리게임을 통해 일당 벌이를 하고 월세방을 빌려 5~6명이서 함께 기거하며 생활하고 있다. 여성 노숙인들도 많아 강원랜드 입장료인 5000원만 줘도 쉽게 성매매를 하는 여자들도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이들이 처음부터 노숙자 신세였던 것은 아니다. 강원랜드 주변에는 도박 자금을 빌려주는 전당포들이 즐비하고 이 전당포 주변에는 각종 외제차가 즐비하다. 재미삼아 놀러온 관광객들도 카지노에 빠져 자동차, 시계 등 돈 되는 것은 모두 전당포에 맡기고 알거지가 돼 돌아가는 것이다.

◆국민 10명 중 1명이 도박에 빠진 나라

지난해 5월 실시한 사행산업 이용실태 조사에서 도박중독증 유병율을 측정한 결과, 일반인의 9.5%가 도박중독자라는 결과가 나왔다. 국민 10명 중 1명은 도박에 빠져 살고 있는 셈이다. 이는 캐나다(2.2%), 호주(2.4%), 영국(1.9%) 등과 비교할 때 매우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강원랜드, 한국마사회,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이 운영 중인 도박중독 치료 및 예방센터를 찾은 상담자 숫자도 2004년 대비 4.3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지난해 사행산업자에게 징수한 예산 47억원 중 경상비와 홍보비에만 37억원이 들었고 실제 도박 중독 치유 등에는 미미한 액수만에 집행됐다.

김세건 강원대학교 인류학과 교수는 “강원랜드 도박중독예방센터의 예산은 카지노의 하루 매출액 정도에 불과하다”며 도박중독 예방의 진정성을 가질 것을 요구했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이현정 기자 hjlee303@asiae.co.kr
김기훈 기자 core81@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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