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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레놀, 정말 위험한 약인가요?

"타이레놀은 위험한 약이다"는 식으로 해석된 식약청의 최근 경고 때문에 해열진통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머리 아프고 감기기운 생기면 자동적으로 '타이레놀'을 떠올렸던 사람들에게는 여간 혼돈스런 일이 아니다. 의약품에 대한 경고와 그에 따른 경각심은 권장할 것들이지만, 지나친 걱정이나 잘못된 해석은 오히려 독이다. 타이레놀,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과량ㆍ장기간 복용은 위험" 그 의미는?

지난 10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성분) 등 진통제 과량ㆍ중복ㆍ장기 복용 위험 경고'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언론에 제공했다. 발표 후 일부 언론은 '타이레놀 큰 일 날 약'이란 식의 표현을 써가며 이 사실을 전했다. 여타 보도 역시 '타이레놀 오래 먹으면 간손상'과 같은 식이었는데 도대체 얼만큼 오래, 많이 먹으면 위험하다는 것인지는 별 언급이 없었다.

이 날 식약청 발표는 크게 두가지 내용으로 요약된다. 아세트아미노펜을 권장량보다 많이 그리고 장기간 먹으면 간손상 위험이 커진다는 게 한 줄기다. 또 아스피린이나 이부프로펜 등 기타 진통제(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이하 NSAIDs)도 많이 먹을 경우 위출혈 위험이 높아진다는 내용이다.

두 사안은 모두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다만 5월 말 미식품의약청(FDA)이 관련 내용을 더 '강하게' 경고할지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배경, 그리고 한국 식약청도 이런 내용이 소비자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해 이런 자료를 배포하게 됐다고 식약청은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미FDA가 진통제에 큰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사실 우리와 좀 다르다. 일단 미국 사람들은 우리보다 진통제를 더 많이 먹는다. 의료비가 비싸다보니 웬만한 통증은 스스로 치료하는 '셀프메디케이션'이 활성화된 까닭이다.

약을 많이 먹으니 부작용 사례도 많다. FDA에 따르면 아세트아미노펜 과다복용 관련 사망자가 1년간 458명, 입원한 사람 2만 6000명, 응급실에 실려온 사람만 5만 6000명에 달한다.

반면 우리나라 식약청 자료에 의하면 2000년부터 8년동안 아세트아미노펜 뿐 아니라 모든 NSAIDs와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간손상 사례가 11건, 간수치 상승이나 황달 등 11건, 위장출혈 사례는 6건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부작용 보고체계가 부실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미국 사람들이 경각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더 커 보인다.

◆타이레놀 하루 4g 넘기지 말아야

타이레놀이든 타 진통제든 비교적 안전한 약인 만큼 제대로만 복용하면 문제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된 설명이다. 다만 한가지 조심해야 할 게 있다면 '중복 복용'의 문제다.

일례로 오전에 머리 아프다고 타이레놀 2알을 먹고, 오후에 감기기운이 들어 판피린 한 병과 화이투벤을 약국에서 구입했다고 치자. 약 봉투에 쓰인 대로 화이투벤을 6시간마다 2알씩 총 8알을 판피린과 함께 먹었다. 퇴근 길에는 몸살기가 들어 광동탕골드액을 한 병 사 마셨다.

극단적인 사례지만, 이 사람이 하루에 먹은 아세트아미노펜은 6700mg에 달한다. 화이투벤의 경우 8알 이상 먹지 말라고 설명서에 쓰여 있는데, 이는 아세트아미노펜 하루 권장량이 4g(500mg 8알)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와 같이 여기저기 들어있는 성분이 합해지면 권장량을 훌쩍 초과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아세트아미노펜을 하루 4g 먹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간혹 한 두알 먹는 사람들까지 두려워할 일은 아니란 의미다.

얼마나 오래 먹느냐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이 경고하는 '장기 복용환자'는 대부분 관절염 등으로 수년간 진통제를 복용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이 때는 대부분 의사의 처방에 의해 먹게 된다. 즉 간독성이나 위장출혈 문제가 주치의에 의해 관리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주변에 병원처방이 아니라 스스로 진통제를 다량 구입해 수년 간 먹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주의를 촉구할 필요가 있다. 적정한 용량과 복용기간에 대한 구체적 지침은 조만간 미FDA가 정할 예정이며, 한국 식약청은 이를 직수입해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문유선 교수는 "아세트아미노펜을 술 혹은 간에 영향을 주는 항우울제 등 약물과 같이 복용하는 건 피해야 한다"며 "꼭 필요한 경우 의사나 약사와 신중히 상의한 후 복용여부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술과 타이레놀은 상극?
 
이번 식약청 경고에도 술을 마신 후 타이레놀을 먹으면 위험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술과 약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간독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의견이 좀 갈린다.

정리하면 원칙적으로 간독성 우려가 높아지는 건 맞지만, 극히 일부 사람의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라선 알코올중독 환자가 타이레놀 4g을 이틀간 먹어도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다.

다만 알코올이 간에 좋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므로, 술을 자주 마시거나 간밤에 과음을 한 경우 타이레놀을 먹더라도 용량을 좀 줄이거나, 아예 다른 진통제를 먹는 편이 안전하다는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 또 타이레놀이 아니라도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든 약은 흔하므로, 약을 먹기 전에 성분을 확인하는 꼼꼼함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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