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 난항 감자 결정 잇따라
원ㆍ달러 환율 급등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지만 한국거래소의 예외적 조치로 기사회생한 코스닥기업들이 정상궤도 진입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전히 키코(KIKO) 손실이 실적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업은 극적회생 한달 반만에 감자를 하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월30일 한국거래소로부터 예외적인 '개선기간 1년 부여' 조치를 받아 기사회생한 엠비성산은 18일 보통주 5주를 1주로 병합하는 감자를 결정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감자이기 때문에 앞으로 유상증자 등의 자금조달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유상증자를 실시해도 발행가가 1주당 800원(6월17일 종가 735원) 이상은 돼야 차입금을 상환해 금융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자금 조달을 위한 선제 조치로 감자를 결정했다는 이야기다.
엠비성산은 지난달 13일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방안(패스트트랙) 프로그램에 따라 신한은행 등 채권금융기관협의회로부터 184억원의 운영자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감자 결정에 비추어보면 패스트트랙 자금지원은 '숨통을 틔워주는 수준'에 그쳤다는 얘기가 된다.
전선소재를 생산하는 엠비성산의 현 주가 수준은 735원(6월17일 기준)이며 액면가는 500원이다. 자본전액 잠식으로 주권 매매거래가 정지되기 전인 지난 3월 이 회사 주가는 1300~1500원 선이었다. 엠비성산은 지난해 외화차입금 관련 손실 390억원을 포함해 50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거래소의 예외조치로 겨우 살아난 다른 키코 피해주들도 여전히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 거래소로부터 지난 4월9일 상장 유지 및 개선기간 2년 부여 결정을 받은 인쇄회로기판 제조사 심텍은 지난달 12일 1분기 766억원 규모 파생상품 관련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자기자본의 56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태산엘시디도 지난달 13일 1분기 파생상품 거래손실과 평가손실이 2528억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 자기자본의 3635% 규모다. 태산엘시디는 이 공시 다음날인 14일 한국거래소로부터 2년간의 개선기간 부여 결정을 받았다.
이솔 기자 pinetree1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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