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비중 줄이기도 나서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 등 브릭스 4개국은 새로운 기축통화를 육성키로 합의를 봤으며 상호간 국채 매입과 자국 화폐를 사용한 무역결제 및 통화스왑을 적극 고려할 방침이다.
이로써 브릭스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 중심의 G8 체제를 위협하는 현실적인 존재로 떠올랐다.
이들 4개국 정상은 16일 러시아에서 열린 브릭스 첫 정상회담에서 정치ㆍ경제ㆍ외교 등 다방면에 걸쳐 16개안의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국제통화시스템을 새로 구축하고 브릭스가 국제금융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합의했다.
비록 새로운 기축통화 육성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안 도출은 없었지만 참가국들이 한자리에 모여 큰틀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역사적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회의에서 '달러 흔들기' 선봉장은 주최국인 러시아가 맡았고 브라질이 적극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중국은 한때 달러 중심 체제에 반기를 들었으나 미국측의 설득과 보유 미 국채 매도에 따른 부작용을 고려, 이번 회의에서 일관된 입장 표명을 꺼렸다.
경제적 위상과 형편이 이들과 다른 인도는 수동적인 태도를 보였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개막 연설에서 "지금 세계는 달러 외에 새로운 통화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하며 분위기를 몰아갔다.
17일 러시아 및 중국 언론에 따르면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달러화의 독주는 부작용이 클 수 밖에 없다"며 "달러 외에 새로운 기축통화의 탄생은 글로벌 금융체제를 더욱 안정시킬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가 달러를 대체할 통화가 아닌 공존하는 통화를 강조한 것은 기존 질서와 타협해 나가겠다는 현실론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앞서 열렸던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도 같은 발언을 했다.
러시아의 아카디 드보르코비치 대통령 수석 경제자문관은 "러시아는 브라질ㆍ중국ㆍ인도가 발행한 국채를 매입해 외환보유고 구성비율을 다양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브라질 등 3개 국가가 화답한다면 러시아는 본격적인 행동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미 국채를 대체할 정도로 활성화되기는 힘들지만 달러의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진일보한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브릭스 국가들은 외환보유고가 총 2조8000억달러에 달하며 미 국채를 다량 보유하고 있다. 브라질ㆍ러시아ㆍ중국은 미 국채 보유를 줄이는 대신 국제통화기금(IMF) 채권 매입을 늘리겠다고 발표한데 이어 지난 4월말 현재 이들 국가의 미 국채 보유량이 일제히 줄어 이들의 '달러 엑소더스'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드보르코비치 자문관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개혁을 언급하면서 특별인출권(SDR) 평가 방식에 루블화ㆍ위안화ㆍ금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회담에서 눈에 띈 점은 브릭스 국가 중 특히 주도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힘겨루기가 두드러진 것. 달러화를 바라보는 시각차가 존재했고 특히 SCO 회담에서는 중앙아시아 원조를 놓고 양국간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에 75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이번에 중국이 100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나서면서 주변국에 대한 주도권 쟁탈전이 가시화할 전망이다.
한편 브릭스의 이해가 상충하면서 협력관계가 더이상 진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 고등경제대의 예브게니 야신 박사는 "브릭스가 영향력있는 단일 조직체로 발전하기는 힘들며 비공식 클럽으로 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브릭스 정상회담은 브라질에서 열린다.
김동환 베이징특파원 don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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