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판매 반등 유가 상승 영향 커..주유소 매출 3.6% 상승
5월 소매판매가 예상대로 3개월만의 상승반전에 성공했고 뉴욕 증시도 하루만에 다시 위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도 4%를 뚫은뒤 하락반전했고 시카고 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는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월가 예상치보다 적었고 기업재고 감소량은 예상치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이날 실시된 30년 만기 채권 입찰도 낙찰 금리는 높았지만 입찰 경쟁률은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 국채를 저가 매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의미다.
지수를 짓누를만한 악재는 눈에 띄지 않았고 덕분에 11일 뉴욕 증시는 강세권역에서 꾸준하고 안정된 흐름을 유지했다. 다만 조심스러운 행보는 계속됐다. 주요 3개 지수가 장중 한때 일제히 1.5% 이상 올랐지만 상승폭의 대부분을 반납하면서 거래를 마쳤다. 3개월 만의 소매판매 상승반전도 강력한 모멘텀은 되지 못했다.
소매판매 상승반전은 유가 상승의 혜택을 많이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휘발유 가격 상승 덕분에 5월 한달간 주유소 매출은 무려 3.6%나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72달러를 돌파했다.
소매판매 호조의 또 다른 일등공신은 자동차 판매였다. 자동차 판매는 0.5% 상승했다. 자동차 업체들이 염가 판매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판매 촉진의 결과라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자동차 판매는 1981년 12월 이후 최저였던 지난 2월 연률 910만대의 판매를 기점으로 반등하기 시작해 5월에는 990만대로 판매고가 늘었다.
이와 같은 소매판매 호전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여전히 확실한 소비 회복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뉴욕 증시가 강한 상승탄력을 보이지 못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파악하고 있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조나단 바질 이코노미스트는 5월 소매판매와 관련해 "바닥을 벗어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지만 강력한 향후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용 부진과 이에 따른 소득여건 변화로 소비자들은 아직 적극적으로 소비를 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분기 가계소득이 6개월 연속 하락해 1조3000억달러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5월 실업률은 9.4%까지 치솟았고 곧 1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4월 저축률은 1995년 이래 최고치인 5.7%까지 상승했다. 지난 10년간 평균 1.7%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준이었다.
가처분 소득의 감소로 인해 필수품을 제외하면 소비자들의 적극성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주 발표됐던 또 다른 소비 지표인 국제쇼핑센터위원회(ICSC)의 5월 동일 점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감소 예상치 2%를 두 배 이상 웃도는 결과였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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