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융위기로 짐싸기 바빴던 미국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에 복귀했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까지 순매도로 일관해왔던 미국계 자금이 지난달 코스피시장에서 4조7409억원어치의 주식을 사고 4조2920억원 어치를 팔아 총 4489억원의 순매수를 기록, 외국인 국적별 순매수 상위 1위를 차지했다. 금융위기로 인한 미국 투자은행들의 신용경색이 상당 부분 풀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금감원의 외국인 매매동향 집계는 결제일 기준이며 상장지수펀드(ETF)와 주식워런트증권(ELW) 등의 상장증권이 포함돼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지난해 금융위기로 미국계 투자은행의 자금사정이 힘들어 투자자금 회수에 급급했고 다른 시장을 살 필 여유가 없었다"며 "하지만 지난 3월 후 주가가 저점을 친 후 여유가 생긴데다 유동성 공급도 늘어나면서 위험성 자산에 눈돌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험적으로 본다면 세계 주식시장이 큰폭으로 하락한 후 회복 과정에서 이머징 마켓에서 우리시장 반응이 가장 빨랐다"며 "이같은 학습효과에 미국자금이 돌아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국내 증시를 떠났던 헤지펀드의 복귀도 속속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의 주식 매수가 본격화된 지난 3~4월 두달간 룩셈부르크 국적의 자금이 7313억원의 순매수를 기록, 외국인 국적별 거래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6569억원어치를 순매수한 영국이었고 다음으로는 케이만아일랜드(3982억원), 캐나다(3268억원), 네덜란드(2968억원), 사우디아라비아(2656억원), 아일랜드(2536억원), 프랑스(1639억원), 독일(1545억원), 스웨덴(1393억원) 등이 뒤를 따랐다.
순매수 상위에 랭크된 룩셈부르크와 케이만아일랜드는 조세피난처로, 헤지펀드 주요 설립국이란 점을 감안할 때 헤지펀드 자금이 국내 주식 매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금융위기 후 자금의 주요 거처가 미국에서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으로 넘어갔다"며 "국내에 유입된 자금은 유럽 조세회피 지역에 근거지를 둔 자금과 달러 케리 성향의 자금 유입이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한편 바이코리아를 지속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가들이 포트폴리오를 바꾸지 않고 특정 종목을 집중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종목은 코스피 대비 우수한 수익률을 자랑하고 있어 장기적 투자 뿐 아니라 단기적 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실례로 지난주 외국인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 신한지주, 대구은행, 우리금융, 외환은행, 부산은행 등 금융주가 절반 포함됐다. 이외에도 삼성전자 우량주, 웅진코웨이, 현대모비스, LG데이콤, 삼성카드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종목은 3월 이후 지속적으로 외국인순매수 상위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황빈아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이 매주 거의동일한 종목을 계속 사들이고 있고 수익률도 좋게 나타나고 있다"며 "장기적 수익률 뿐 아니라 단기적 수익률을 올리는 차원에서 외국인 순매수 상위업종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김수희 기자 suhee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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