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로 끝이 났다. 이동통신사의 아킬레스건인 '통화품질'을 어설프게 건드린 것이 화근이었다. 국고 4억원을 허투루 썼다는 비난까지 제기되면서 방송통신위원회가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방통위는 19일 SK텔레콤, KTF, LG텔레콤 이동통신 3사의 3G 통화품질 테스트 결과를 공개했다. 이통 사업자간 가입자 빼앗기가 한창인 가운데 3G 통화 품질이 처음 발표되는 것이어서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봤지만 결과는 싱거웠다.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이통 3사의 통화품질은 오차 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측은 "이통 3사의 3G 통화품질이 모두 양호하게 나타났다"며 결과에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누이좋고 매부좋고' 식의 이같은 두루뭉슬한 결과에 사업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마디로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SK텔레콤측은 "통화품질을 단 0.1%라도 끌어올리기 위해 투자를 마다하지 않는 상황에서 1~2% 차이는 아무 것도 아니다는 식의 방통위 발표는 사업자들의 투자 의욕을 꺾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KTF측은 "기껏해야 1~2%의 차이가 나는 평가는 의미가 없다"며 테스트 자체를 평가절하했다.
이런 와중에 공정성 논란마저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SKT와 KTF는 서비스 가능 지역(커버리지)과 관계없이 측정한 반면 LGT는 커버리지 내에서만 테스트한 것은 특혜이자 부당한 테스트"라면서 "LG텔레콤이 어부지리로 이득을 봤다"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방통위가 3G 통화 품질을 공개키로 한 것은 국민들에게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아울러 품질 평가 공개로 업체간 경쟁을 유도해 투자 확대를 꾀하려는 의도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사업자간 변별력이 떨어지는 테스트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스스로 발목을 잡고 말았다.
업계 관계자는 "너도 좋고, 나도 좋고 식의 애매모호한 결과라면 사업자나 소비자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방통위가 지나치게 조심스럽게 결과를 발표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방통위는 이번 평가를 위해 지난 해 8월부터 올 1월까지 전국 180여 곳에서 테스트를 수행하는 한편, 외부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합릭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나름대로 총력을 기울여왔다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변별력과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면서 그간의 노력은 빛이 바래고 말았다.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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