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마니아]누워서 자연을 노니는 법

시계아이콘01분 17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따뜻한 햇살에 집에만 있기에는 아쉬운 봄이다.



주말이 되면 사람들은 제각각 나들이 계획을 세우고 자연과 호흡하기 위해 야외로 나서지만 예상치 못했던 궂은 날씨에 계획한 일정을 취소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바쁜 일상에 잠깐의 시간을 내 자연을 벗삼을 기회조차 없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 우리의 선조들은 어떻게 했을까?



잠깐의 여유도 누리기 힘든 바쁜 생활을 그냥 감내하기만 하기보다는 그림을 통해 일상을 벗어났다.



동양의 산수화 감상법 중에는 '와유(臥遊)'라고 하는 것이 있다. 말 그대로 누워서 노닌다는 뜻이다.



이 개념은 중국 육조 시대에 간행된 역사서인 '송서(宋書)'와 당나라 때 쓰여진 역사책인 '남사(南史)'에 나오는 위진남북조시대의 화가이자 이론가인 종병의 이야기에서 나온다.



후한말·위진남북조 시대는 수많은 전쟁과 권력투쟁으로 죽음이 언제 문을 두드릴지 모르는 불안한 시기였다.



이때문에 당시의 지식인들은 무상한 현실보다는 무한한 자연에서 삶의 위안을 찾았고 종병 역시 마찬가지였다.



종병은 원래 산을 유람하는 것을 좋아해 산에다 거처를 만들고 자연에 은거할 생각을 지녔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육체를 가진 인간이 그렇듯 그는 결국 병 때문에 번화한 성시로 돌아왔고 늙고 몸이 쇠약해져 직접 명산을 보기 힘든 것이 걱정돼 그림을 그려 방에 걸어놓고 '누워서 유람했다"고 한다.



그림을 보면서 그의 정신은 육체가 가지고 있는 시공간적 한계를 벗어나 자유롭게 자연 속을 거닐었던 것이다.



'와유'라는 개념이 종병에게는 육체적 한계를 벗어나는 정신적 해방이었다면 성리학의 시조인 주자가 살았던 송나라 시대의 '와유'는 사회적인 욕구와 개인적인 욕구의 충돌을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송대의 사대부들에게는 임금에게 충성하고 간언해 자신의 도덕을 세상에 실천하고 태평성대를 만드는 것이 사회적 측면에서의 욕구였다고 한다면 시끄럽고 번잡한 세속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면서 인격적 완성을 이루는 것이 개인적인 욕구였다.



그러나 자기 한 몸 편하자고 자신의 도덕적 이상을 현실에 구현하는 것을 포기한다면 그들이 배워온 학문에 어긋나기 때문에 현실세계를 떠나지 않고 자연에서 노닐기 위한 방법이 필요했고 그것이 바로 '와유'였다.



이런 '와유'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그림도 갖추어야할 요건이 있다.



'와유'를 하기 위해서는 그림속 자연이 현실속의 자연만큼 사실감이 있어 감상자에게 직접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줘야 했다. 이와 함께 자연은 단순히 노니는 곳이 아니라 인격적인 완성을 이루는 곳이었기 때문에 그림의 자연도 역시 현실만큼 무한한 소우주여야 했다.



이때문에 소우주로서의 자연을 그려내는 화가 역시 자연과 하나가 돼야 한다는 학설이 당(唐)대부터 나왔다.



화가는 자연의 껍데기을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뜻, 즉 보편적인 도를 그려내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는 자연을 체득해야 한다. 또한 창작과정은 천지를 창조하는 것과 같아진다. 이에 따라 화가는 그림을 그리면서 자연의 진의을 실현하고 그것과 하나가 돼 자유롭게 노닐 수 있게 된다. 그림을 감상하는 행위 뿐만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행위도 자연을 노니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이런 '와유'사상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쳤다.



조선 세종 때의 화가인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세종의 아들인 안평대군이 도원을 거니는 꿈을 꾼 후 꿈속에서 거닌 세계를 안견에게 그리게 했다는 유래가 전해진다. 그림을 통해서라도 꿈속에서 만났던 이상세계인 도원을 다시 경험해보고 싶은 의도에서였을 것이다. 이와 같이 그림을 통해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는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안타깝게도 몽유도원도는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에 있어 감상하기 위해서는 해외로 나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안견뿐만 아니라 진경산수의 시조로 불리는 겸재 정선 역시 와유에 정통했다.



국보 제217호인 '금강전도'를 보면 금강산을 발로 밟아보려면 두루 걸어야 하기 때문에 베갯머리에서 이 그림을 마음껏 보는 것이 낫다는 제시(題詩)가 있다. 이를 보면 겸재의 창작자로서 천지를 창조했다는 호기와 감상자들에게 '와유'를 권유하는 의미가 둘 다 들어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왕 역시 세상사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는 일반인과 다르지 않았다.



조선시대의 정조는 단원 김홍도에게 금강산을 그려오라고 해 단원은 사군첩이라는 진경산수화의 대표적인 작품을 완성했다. 우리에겐 씨름 등 서민들의 생활을 그린 풍속화로 유명한 단원이지만 산수화 등에서도 뛰어난 작품을 내놨다.



갑갑한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이라면 '와유'를 생각하며 그림을 보면서 또는 그림을 그리면서 자연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어떨까.





김준형 기자 raintre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