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의 회사채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지난달 신흥국 기업이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71억 달러로 올해 1~3월 실적인 59억 달러를 상회했다.
국채 시장도 마찬가지다. 딜로직의 조사에 따르면 3월 40억 달러에 그쳤던 국채 발행 규모가 이달들어 이미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중국 최대 석유회사인 CNPC는 달러화 표시 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중국 기업이 달러화 표시 채권을 발행하기는 CNPC가 처음이다. 이는 중국 투자자들에게 던지는 의미도 크다. 금융시장 불안에 따라 해외 기업이 발행한 외화 표시 채권 투자를 기피하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투자처를 제공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RBC 캐피털 마켓의 이머징마켓 리서치 헤드인 닉 차미는 "최근 2주 동안 이머징마켓 회사채 시장에서 신용경색이 진정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며 "CNPC가 첫 번째 수혜 기업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머징마켓의 투자자들이 금융위기 이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지 않아 대기 자금이 풍부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회사채 시장은 한파가 여전했다. 지난해 9월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했을 당시 분위기의 연장이었다.
BNP파리바의 이머징마켓 전략가인 샤힌 밸리는 "회사채 발행이 급증한 것은 이머징마켓에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기업들이 기존에 발행한 채권 만기를 연장하는 데 유리한 여건이 형성된 셈이기 때문이다.
올들어 회사채를 발행한 이머징마켓의 기업들은 러시아 석유회사인 가즈프롬과 홍콩 통신그룹인 허치슨 왐포아, 브라질 통신업체인 텔레마 노테 레스테 등이다.
이와 함께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가 신축적 신용공여제도를 선보인 데 따라 신흥국의 국채 발행도 숨통이 트이는 모습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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