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이 국내 증시에 처음으로 상장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주인공은 미국의 복합물류 기업인 '뉴프라이드(New Pride Corporation)'입니다.
지난 1978년 설립돼 30년 연속 흑자를 기록한 건실한 기업입니다. 지난해 한화로 약 1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죠.
지난 2007년부터 우리 증시를 눈여겨봤다고 하네요. 미국 내에서 상장하는게 쉽지도 않고, 한국 증시가 신흥 시장 중에서도 꽤 매력적이었다고도 합니다.
어쨌거나 기분 좋은 얘기입니다.
최근 2~3년 사이 외국 기업들의 국내 증시 노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증시가 풍부한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해외 기업에 대해서도 비교적 우호적인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우리 증시처럼 산업 전방위에 걸쳐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신흥시장이 드물다고 하네요. 어떤 업종이든 소화가 가능하다는 얘기도 됩니다.
건설·토목, 중공업, 섬유 등 전통적인 제조업에서부터 IT면 IT, 금융이면 금융, 심지어 바이오, 각종 에너지기업 등까지 아우르는 시장이기 때문에 밖에서 보기엔 참 재미있다는 것이죠.
가장 먼저 국내에 발을 디딘 업체는 중국기업인 3노드디지탈입니다. 음향기기 업종인 이 회사는 지난 2007년 8월17일 코스닥시장에 상장됐습니다.
상장 공모가격은 2500원이었고 시초가는 3000원에, 상장일엔 3450원까지 급등하면서 사상 첫 해외기업 상장 타이틀을 멋지게 차지했습니다.
그 뒤를 이어 같은해 11월26일에 화풍방직이 주식예탁증서(DR)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고, 지난해에는 코웰이홀딩스가 1월에, 연합과기가 12월에 각각 코스닥, 코스피 시장에 등장했습니다.
올 들어서는 중국식품포장이 지난달 27일에 코스닥에 모습을 드러냈고, 일본기업 최초로 네프로아이티도 이달 내 국내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습니다.
수십년 한국 증시 역사 속에서 근래 외국기업들의 노크가 늘었다는 점은 일단 국내 증시의 선진화를 증명하는 것 같아 반길만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들 기업들의 주가는 어떨까요? 과연 매력있다며 도전한 국내 증시에서 재미를 보고 있을까요?
공모가가 2500원이었던 3노드는 지난 15일 2345원의 종가를 기록했습니다. 공모가 대비로는 6.20% 내렸습니다.
지난해 1월에 상장한 코웰이홀딩스는 공모가격이 2000원이었는데, 전일 종가는 1155원입니다. 42.25% 빠졌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상장된 당시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오르내리던 상황임을 감안하면, 금융위기가 터진 지금 현실에서 오히려 선방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지난해 12월 상장한 연합과기는 공모가 2200원에 전일 종가 3700원을 기록, 68.18% 올랐습니다. 지난달 상장한 중국식품포장은 때를 잘 만나 1500원에 공모한 주식이 9450원으로 530% 급등했습니다.
이들 해외기업들은 최근 연일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하는 등 '해외기업 테마'까지 형성하며 사이좋게 강세를 기록하고 있기도 합니다. 지난해 연말 대비로는 일제히 100% 이상 상승했습니다.
우리 코스닥 시장이 지난해 연말 이후 53% 급등하면서 전세계에서 지수 상승폭 1위를 기록하고 코스피가 19% 상승하는 등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인 탓도 큽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39% 상승했지만 코스닥에 뒤져 2위에 그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전문가들은 비교적 부정적인 반응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이들 기업은 전혀 다른 업종을 영위하는 등 공통점이 없다"며 "단지 중국기업, 해외기업이라는 점 외엔 뚜렷한 모멘텀이 없기 때문에 과열된 시장 분위기가 사그러들면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추격 투자는 불안하다는 얘기입니다. 쉽게 넘기지 못할 의견이기도 하네요.
곧 일본기업이 코스닥에서 거래를 시작합니다. 또 주관사 계약을 한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의 예상대로라면 하반기엔 미국 뉴프라이드도 주식 현황판에서 볼 수 있을 전망입니다.
얼마전 3노드 회장이 한국 투자자들에게 중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디스카운트(China Discount)를 받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었는데요, 과연 일본 기업, 미국 기업은 어떤 평가를 받을 지 사못 궁금해집니다.
황상욱 기자 oo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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