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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국민 울리는 조삼모사式 유류稅 ‘꼼수’

춘추전국시대에 송나라에 원숭이를 키우는 저공(狙公)이란 사람이 있었다. 원숭이를 많이 키우다 보니 먹이가 부족하게 되자 저공은 원숭이들에게 “앞으로 너희들에게 주는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로 제한 하겠다”고 말하자 원숭이들은 화를 내며 “아침에 3개를 먹고는 배가 고파 못 견딘다”고 했다. 그러자 저공은 “그렇다면 아침에 4개를 주고 저녁에 3개를 주겠다”고 하자 원숭이들이 좋아했다는 일화가 있다.

《열자(列子)》 〈황제편〉에 나오는 이야기로 결국 조3모4나 조4모3(朝四暮三)이나 똑같은 숫자인 점에서 어리석은 사람을 속임수로 넘기는 데 비유한 말이다. 최근 정부의 유류세 정책을 보면 국민을 조삼모사에 나오는 원숭이를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난다.

기획재정부가 휘발유, 경유 등 기름에 붙는 교통세를 올리기로 했다. 휘발유는 리터(L)당 514원에서 529원으로, 경유는 부가되는 교통세는 11원 오른 L당 375원으로 각각 인상할 방침이다.

국제 유가가 대폭 떨어졌는데도 유류세는 오히려 올리겠다니 시민들의 볼멘소리가 드높을 만하다. 그동안 정부는 택시나 버스, 화물차 등에 지원하는 유가보조금의 재원을 주행세를 통해 징수해왔다. 하지만 최근 국제유가의 하락으로 주행세 인하가 불가피 해졌다. 정부는 주행세를 교통세의 30%수준에서 26%수준으로 낮춘다는 것이다.

주행세를 낮추는 대신 구멍 나는 세수부족분을 교통세로 메운다는 발상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들은 국제 유가가 대폭 떨어져도 세금 감소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다. 정부는 국민에게 “국제유가가 하락했으니 주행세는 내리겠다, 하지만 유가보조금이 줄어드니 교통세를 올려 충당하겠다”며 조삼모사식 유류세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 세수의 18%(약 25조원) 가량을 차지하는 손쉽게 거둬들이는 유류세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제정책은 반드시 풍선효과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한쪽의 세금을 낮추면 반드시 다른 쪽의 세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정부의 입장을 십분 이해한다고 해도, 국민들은 생활필수품이나 다름없는 휘발유에 50%나 넘는 세금을 부과하는 정부를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의 휘발유가격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회원국 가운데 4번째로 높은 상황에서, 정부가 ‘뗌질’식 유류세를 정책을 펼치기보다는 복잡한 휘발유 관련 세목을 단순화해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는 등의 노력을 보이며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이규성 기자 bobos@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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