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형 국영은행들의 올해 실적 전망이 우울하다.
이들 은행의 지난해 순익은 눈부실 정도였다. 글로벌 금융위기도 이들에게 큰 충격을 안기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분기 순익 저조....올해도 이어진다= 공상은행(ICBC)과 건설은행(CCB)은 지난해 순익은 각각 36%, 34% 늘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관련 투자손실에도 불구하고 중국은행(BOC)의 순익은 14%의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4·4분기 순익 증가율은 부진하기 이를데 없다. 공상은행은 0.5% 증가에 그쳤고 건설은행과 중국은행은 각각 30%, 59% 감소했다.
6일 차이나데일리는 이들 은행이 서브프라임 관련 손실에 대해 상당한 대손충당금을 쌓았다는 점 외에도 순이자마진(NIM)의 감소가 지난해 4분기 뿐 아니라 올해 내내 실적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순이자마진 악화= 건설은행의 순이자마진은 지난해 통틀어 6bp(0.06%) 오르긴 했으나 4분기만 따져보면 오히려 13bp 감소했다.
지난해 15bp 개선된 공상은행의 순이자마진은 4분기들어 정체상태를 보였고 중국은행은 지난해 13bp 악화됐다.
은행들의 순이자마진이 부진한 이유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해 9월 이후 경기부진 타개를 목표로 대출금리와 예금금리를 각각 2.16%포인트, 1.89% 포인트 내리면서 예대마진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에 따른 예대마진의 축소는 순이자마진을 악화시킬 수 밖에 없다.
지엔인(建銀)증권은 올해 이들 3개 은행의 순이자마진이 40bp 더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엔인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이들 은행이 올해 순익이 증가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대부분의 중국 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실적 악화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둥하이(東海)증권의 리원(李文) 연구원은 올해 3개 은행의 순익이 10% 이상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리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이들은 내년이 돼야 실적이 호전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궈신(國信)증권의 경우 올해 이들의 순익 증가율이 10%를 넘긴 힘들 것으로 예측했다.
◆대출은 느는데 질 저하 우려= 비관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신규대출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순익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올들어 두달간 중국은행들의 신규대출은 2조6900억위안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배가 넘어섰다.
하지만 대출만 늘어난다고 은행들의 순익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올해 대출자산의 질이 그리 좋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民族)증권의 장징(張景) 연구원은 "중국 경제가 악화됨에 따라 자산의 질이 나빠지는 것고 염두에 둬야할 것"이라며 "대출이 빠르게 늘어난다고 해서 순이자마진이 반드시 좋아지라는 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건설은행의 경우 지난해말 현재 무수익여신(NPL) 비율은 2.21%로 전년대비 0.39%포인트 떨어졌지만 지난해 3분기말보다 0.04%포인트 높다.
은행측에 따르면 신규대출 가운데 35%가 제조업과 중소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충격이 크다는 점에서 부실여신도 적지 않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경제지표 여전히 부진= 산업 전체적으로 볼때 경제지표가 그리 좋지 않다는 점에서 은행의 순익 전망도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두달간 산업생산은 3.8% 늘어나 전문가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2월 수출도 부진을 면치 못했고 같은달 소비자물가지수도 1.6% 하락했다.
김동환 베이징특파원 don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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