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 와이브로 등 융합 산업 적극적 추진...합의제 한계도 드러내
"공무원(정보통신부)과 민간조직(방송위원회)을 통합한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시도였습니다. 지난 1년간 우리는 하루하루를 개척자라는 사명을 갖고 살아왔습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1주년 워크숍'에서 방통위의 지난 1년을 이렇게 회고했다. 산업 진흥기관인 정보통신부와 방송 규제기구인 방송위원회의 이질적 결합으로 탄생한 방통위가 지난 1년간 방통 융합의 시대적 소명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담담히 털어놓았다.
지난해 3월26일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여야 추천을 받은 4명의 상임위원과 함께 현판식을 갖는 것으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최 위원장은 취임식에서 "국민은 '정보화의 기적'을 이룬 역량을 바탕으로 21세기 디지털 융합시대의 글로벌 리더로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방통위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의 취임 일성처럼 방통위는 산업 진흥과 규제라는 양날의 칼을 쥐고 IPTV(인터넷TV) 출범, 와이브로 사업 추진, 개인정보 유출 통신사 중징계, 방송 시장 소유 규제 완화, KT-KTF 합병 승인 등 지난 1년간 57차례의 전체회의를 통해 방송 171건, 통신 111건 등 모두 331건의 안건을 심의했다.
방통융합를 기치로 내건 방통위는 특히 융합 산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수년간 부처간 밥그릇 싸움으로 허송세월을 했던 IPTV(인터넷TV)가 속전속결로 추진된 것은 '방통 융합'의 대표적 산물로 손꼽힌다. 방통위는 출범 3개월여 만인 지난해 6월 IPTV법 시행령을 마련하고 9월 초 사업자를 선정, 11월 상용 서비스에 돌입했다.
IPTV는 이명박 정부의 신성장 동력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다. 이를 위해 FTTH(댁내광가입자망) 등 네트워크 고도화 관련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한편 5년내 지금의 광랜보다 10배 빠른 유ㆍ무선 초광대역 융합망(BcN)을 구축키로 했다. 사업자들도 투자 확대로 화답하고 나섰다. KT와 LG데이콤, SK브로드밴드 3사는 올해 IPTV 사업에 모두 81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방통위는 지난 18일 KT-KTF 합병을 승인하면서 △필수설비 동등접속 제도 개선 △집전화 번호이동 제도 개선 △무선망개방 확대 등 3가지 전제조건을 달았다.
정부가 2000년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 때 13개의 조건을 달았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 경쟁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기업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려는 방통위의 정책 방향을 읽을 수 있다.
방통위는 이처럼 산업 진흥을 촉진하면서도 소비자 보호와 관련해서는 강력한 규제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해 KT와 LG파워콤, SK브로드밴드 등 통신사들이 고객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사건에 대해 '영업정지'라는 극약처방을 내림으로써 규제 기관으로서의 정책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방통위 행보에 대해 업계의 불만이 적지 않은 점은 곱씹을만한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합의제여서 정책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면서 "IT 정책이 여러 부처로 흩어짐에 따라 IT강국의 부활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점도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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