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L";$title="";$txt="";$size="150,220,0";$no="2009032410581343531_1.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정부와 여당이 29조원에 육박하는 추경카드를 꺼냈다. 최대 위기였다는 98년 외환위기 당시 2차 추경 규모가 13조원 대와 비교해도 두 배가 넘는다.
정부와 여당은 슈퍼추경의 불가피성을 강조한다. 일자리창출과 민생안정이 절박한 데다 세계 각국이 앞 다퉈 재정지출을 늘려 경기침체에서 빠져 나오려고 안간힘을 쓰는 마당에 우리만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논리다.
맞는 말이지만 세부내용에선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일자리창출에 중점을 뒀다는 정부의 지적이 무색할 정도로 '제대로 된' 일자리가 눈에 띄지 않는다. 질보다는 양을 중시할 수밖에 없었다고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우리경제에 어떤 도움이 되는 일자리일까 하는 점에선 정부시각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임시방편의 흔적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6개월짜리 단기대책 종합세트로 얼마만큼의 효과를 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다. 정부는 잘만 하면 2%포인트까지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고 하지만 결코 녹록치 않은 정책목표다.
대규모 추경으로 무엇보다 우려되는 건 구조적인 불균형의 도래가능성이다.
그 첫 번째는 세대 간 불균형(generation divide)이다. 추경으로 GDP(국내총생산)대비 국가채무비중은 당초 34.1%에서 38.5%로 높아지게 될 전망이다. OECD국가의 평균이 75%대이고 이웃나라 일본이 170%에 이른다며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총리는 "추경해도 재정건전성이 여전히 좋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라빚이 그만큼 늘어나게 되고 결국 뒷세대에 부채를 남긴다는 점에서 그리 간단히 할 이야기는 아니다. 예를 든 일본만 해도 국민 1인당 1억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인데 어느 누가 이런 상황을 반기겠는가.
이미 우리 세대가 남긴 부채는 너무 많다. 국민연금 문제만 해도 그렇고 비정규직 양산문제도 그 범주에 속한다.
'88만원세대'로 상징되는 후세대의 뒷감당을 덜어주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외환위기 때보다 두 배나 많은 추경을 편성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지만 금모으기같은 자발적이고 절박한 움직임은 느껴지지 않는다.
동세대간 소득 불균형(income divide)도 잠재적인 위험요소다. 정부는 추경안이 전국민에 일괄적 혜택을 줬던 일본과 달리 저소득층과 실업자들을 집중 지원했다며 차별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과도한 유동성 팽창은 시차는 있을 지 몰라도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으로 귀결될 것이고 명목 자산가치 급등에 따른 소득 격차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도 한계계층과 상위계층과의 위기감은 온도차가 있다.
우리는 외환위기직후에 이를 충분히 경험했다.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훨씬 강화됐고 더 이상 그 간격은 좁혀지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기회있을 때마다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는 언급을 해왔다. 29조원이 투입되는 이번 추경에서 그러한 기회의 모멘텀이 될 만한 전략은 눈에 띄지 않은 채 그저 '한숨 돌리려는' 수준의 대책들만 구색을 갖추고 있다.
윤증현 재정부장관은 더 이상의 추경편성이 없을 지에 대해선 확답하지 못했다. 윤 장관의 희망대로 '경제적 어려움을 벗어나는 계기'가 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두가지 구조적인 불균형이 더 고착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번 추경이 고통을 잠시 잊게 만드는 몰핀이 되지 않으려면 보다 철저한 사후관리가 절실하다.
오성철 부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her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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